세 번째 변곡점 찾기 전에 즐기는 딴짓. <동해남부선 일기> ⑤
기차여행길에 목이 메일까 부전역 내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들고 플랫폼으로 바로 내려갔다.
부전역엔 사람들이 많았다.
노인, 아이의 손을 이끌고 가는 어머니들, 등산객들, 학생들, 군인들...
곧 없어질 거라는 노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바글바글했던 부전역의 오전 일상.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예매했던 내 자리.
햇빛이 강렬해 커튼을 열었다 쳤다 반복을 해야했지만
안을 보는 것보다는 밖이 좋았으므로 모든 걸 감수해야했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늘 기다려줄 것만 같은 그런 곳.
그런 느낌.
가타부타 다른 말도 필요 없다.
나는 너를 기다리며 지낼 것이다.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간이역'의 모습보다 플랫폼의 캐노피가 더 눈에 들어왔던 남창역. 무수히 많다던 옹기는 다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을까. 이래서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을 텐데.
잔디의 자람으로 얼마나 뜸했는지를 알 수 있는 그 곳.
묵직한 기다림보다 흩날리는 쓸쓸함이 좀 더 느껴졌다.
언제야 푸른 빛을 띨 수 있을까.
은하철도999의 안드로메다.
사람이 난 자리마다 驛은 活氣를 잃어갔다.
여기도.
닫아버린 너-도.
불편한 것들끼리 부대끼며 지내왔더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마음과
텅 비어서 존재를 흩날려버리고 있던 쓸쓸함과
생존과 파괴가 공존하는 이중성의 공간과
이 모든 걸 보여줘놓고는
조심히 가라며 인사하는 건지
아무렇지 않게, 가득 메운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으니,
많은 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내'가 있었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해달라는 부탁일까.
그렇게 나는 지나갔다.
너에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