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미화원

by 구의동 에밀리

일기는 꼭 써야 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지금 일이 힘들든 아니든, 나중 되면 또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그럼, 그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기억을 미화할걸?”

“맞아. 지금 이렇게 커피 마신 것만 떠오를 거야.”

심지어 예전에 어떤 분한테서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백수로 얼마간 있다 보니까, 그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의 힘든 일이 흐릿해졌다고.

“……그런데 이렇게 다 까먹을까 봐, 예전에 제가 개인 메일로 뭘 하나 보내뒀거든요.”

“뭘 보내셨는데요?”

“조목조목 쓴, ‘내가 퇴사하는 이유’요. 그래서 그걸 한 번 꺼내봤거든요? 그랬더니 어우, 모든 게 생생하게 되살아났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회사 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다들 평화롭게 하하호호 지내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든 이면에는 고민과 걱정을 용케 잘 덮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미화된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내 삶을 의도적으로 미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대체로 좋은 일이 있었다면 꼬박꼬박 일기를 쓰려고 한다. 물론 가끔은 나빴던 일을 꾸역꾸역 적어두기도 한다. ‘실수로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일’을 기록하기 위해서…….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가서 돌이킬 수도 없는 게 인생인데, 웬만하면 좋았던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이 취향이기도 하고.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옆 부서 동료 한 분이 ‘프로님은 이미 멋진 사람이야!’라고 해 주셨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잘 적어두고 나중에 까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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