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여도 사는데

by 구의동 에밀리

점심에 회사에서 고기를 구웠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들이랑 삼겹살을 구웠더니 왠지 속이 편안해졌다. 눈치 보며 고기를 구울 필요도, 분위기 어색해지지 않게 말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었다.

그렇게 한껏 고기를 구워 먹고 식당 밖으로 나왔더니 어쩐지 평일 저녁 같은 기분이었다. 은근히 소심해서 노심초사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나른해졌다.

요즘 들어 부쩍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인가?’와 ‘나는 실패작이야!’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던 일이, 마치 찻잔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세상은 점심에 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느긋하게 살아도 되는데.

최근에 읽은 소설 속 주인공이 떠올랐다. 그는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여서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내 갱생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평생 속죄할 방법을 찾아가며 살아가겠다는 주인공의 다짐으로 이야기가 맺어졌다.

그래, 무려 사람 죽인 사람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살아가는 세상인데. 쉽게 낙담하는 버릇은 인제 그만 털어내야겠다.역시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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