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는 쉽고, 선의는 어렵다.
얼마 전,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비극적인 뉴스 기사를 접했다. 점심시간에도 그 생각이 났지만,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완전히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버릴까 두려워서 그만두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수의 악인은 다수의 선인보다 강하다고.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학급의 대부분은 학생도 학부모도 평범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몇 명의 악질적인 사람들이 -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를 막론하고 - 작정하고 악마가 된다면, 한 명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쯤은 참 쉬운 일이었다.
때마침 또 다른 뉴스로 접한 칼부림 사건도 기가 찼다. 한 명의 정신병자가 대체 몇 명의 피를 흘리게 했는지. 주위에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 아무리 절대다수였대도, 단지 칼 한 자루를 막을 수 없었다.
소수의 하찮은 악플러 때문에 죽어간 유명인도 얼마나 많고, 법 없이는 통제가 안 되는 악인들 때문에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각박함은 얼마나 큰지…….
지금까지는 이런 일을 마주했을 때, ‘세상은 원래 비합리적이다’라는 말을 되새기곤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이 말을 떠올리면 세상에 대한 기대가 팍 식으면서 꽤 덤덤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번에는 다른 희망을 찾았다. 회사가 서초동이라 서이초등학교와 가까워서, 오후에 동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그 근처 지나가는데 울컥하더라.”
이 세상은 기대할 것도 없는 삭막한 곳이라고 단념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오히려 진짜 세상은 그 반대였다.
보통의 사람들은 슬픈 일에 슬퍼하고, 분노할 일에 공분했다. 서이초등학교 주위로 뱅 둘린 근조화환 행렬에, 구의역에 붙어 있던 수많은 애도의 포스트잇이 겹쳐 보였다.
강렬한 소수의 악의가 있음에도, 따스한 절대다수의 선의가 분명히 공존한다……. 악의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세상의 진짜 모습은 이런 거구나.비록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한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마음이 전에 없이 편안해졌다. 잊지 말아야지. 마음이 힘들 때는 꼭 잊지 말고 선의에 기대야지.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