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구의동 에밀리

‘난 역시 안 되나 봐……’

그런 우울한 생각에 잠길 때가 종종 있다. 하긴, 회사 다니면서 이런 침울한 기분에 한 번도 휩싸여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 탓을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말이 있던데. 하지만 나는 오히려 살다 보니까 진실은 그 반대일 때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점점 들었다.

무슨 일이든, 오로지 한 명에게만 100% 잘못이 있을 수는 없다. 뭔가가 잘못된다면 그곳에는 분명 구조적인 문제라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책임도 반드시 엮여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남의 잘못을 들추고 비난하기 시작하는 셈이라고, 나쁜 마음의 씨앗이라고 은연중에 여기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들은 되도록 일의 인과관계에 외부 요소를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어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평생 환경 탓이나 하게 된다는 철학이 깔려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괜찮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악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은 필시 가망 없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니까. 그들은 늘상 남을 비난하며, 자기 잘못은 최대한 덮으려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다닌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사회적인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인생 전반적으로는 사실상 망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져서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손바닥으로 제 눈은 가려도 하늘을 가릴 수는 없으니까.

물론, 방금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인 악인들 예시였기는 하지만, 현실에는 정말로 남의 탓인 일도 있고, 본인이 아니라 다른 누가 와서 했더라도 그르쳐졌을 일도 있다. 그러니까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싶을 때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100% 본인 잘못’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떤 시기에는 ‘난 안되나 봐……’ 하고 우울하게 회사에 다니곤 했고, 또 어떤 때는 ‘와, 이대로만 하면 정말 뭔가 되겠는걸?’ 이라며 활기차게 출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날들에 나는 늘 ‘나 자신’ 그대로였는데, 잘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환경에서 비롯될 때가 많았다. 예컨대 함께 일하는 사람이 갑갑한 사람이면 우울했고, ‘저렇게 되고 싶다’ 싶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면 즐거웠다.

그러니 내 주위의 착하고 좋은 사람들은,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해 주실 만큼 선량하신 독자 여러분들도, 너무 자기 탓만 하지 말고 어느 정도 마음을 편하게 먹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다소 우울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당신은 여전히 멋진 사람이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존재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어쩌면 사람이란, 아주 아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런 말 한마디로 살아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나도 회사 다니면서 힘들 때, 따뜻한 사람들이 다가와서 “어라, 너 바닥에 이거 떨어뜨렸어” 하면서 자존감을 주워주곤 했다. 회사는 단지 일하러 모이는 곳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사람은 역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악의와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