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그것은 책임감의 다른 이름

by 구의동 에밀리

바나나를 까다가 뚜껑이 뜯겼다(?).

껍질만 사르륵 벗겨지는 게 아니라, 뽕따 아이스크림처럼 윗부분이 뎅겅 뜯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사소한 실수에도 속상해했을 텐데. 그것도 의미 부여를 왕창 해서 말이다.

‘난 바나나 껍질도 못 까네.’

‘왜 이렇게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대로 사진 한 방 찍어서 인스타에 올린다. ‘나 이렇게 이상하게 깠다!’ 하고 기념하면서.

반면에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바라볼 때는 여전히 마음이 짠해진다. 본인이 잘못을 저질러서 본인이 뒷수습한다든지, 하여튼 어찌 보면 자업자득일지라도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좀 안쓰러운 기분마저 든다.

그럴 땐 왠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네줘야 하나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내심 ‘에구, 저렇게 될 줄 알았지’ 싶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이것이 동정인지 혀를 차는 것인지 나조차도 헷갈리는 마음이 든다.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었는데, 동료가 불쑥 이런 코멘트를 던졌다.

“하지만 어른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걸? 회사원이라면 본인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 마저 책임을 지기도 하잖아.”달콤 쌉싸름한 맛의 사이다가 있다면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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