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혹은 측은지심

by 구의동 에밀리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어쩌면 R & R보다도 관심(혹은 측은지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이 크건 작건, 사람이 여럿 모여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분업이 일어난다. 남편이랑 결혼 준비를 하면서 청첩장을 만들 때만 해도 분업을 했다. 한 명은 청첩장을 접고, 다른 한 명은 스티커를 떼어서 봉투를 붙였다. 그러면 서로 각자의 일에 숙달되면서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두 명만 있어도 일을 나누는데, 몇천 명이 모여서 일하는 회사는 말할 것도 없다. 해야 할 일을 조직 단위로 나누고, 조직 안에서도 또 이래저래 나뉘어서 마지막에는 ‘사람’ 단위로 업무를 분담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물론 언제나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상황 파악에 민첩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와는 정반대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거의 사내 위키피디아처럼 늘 정보가 업데이트된 능력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남이 무얼 하건 ‘이것이 내가 관여되는 일인가?’에만 몰두하는 히키코모리 스타일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능력을 늘 동경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그 경지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이제는 그저 태생적으로 둔감한 것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고 지낸다. 노력하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만으로는 좀 어려운 일들이 정말로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아쉬운 대로 사람들 근황이 궁금하면 이따금 직접 찾아가서 “요즘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어보곤 한다.

그런데 회사 생활에서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란, 어쩌면 개인이 단순히 ‘궁금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회사 차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딱 떨어지는 경우가 드문 만큼, 회사 일도 아주 많은 부분이 모호하고 둥글둥글한 모습이곤 한다. 비유하자면 부품들을 설명서대로 조립하면 깔끔하게 완성되는 식이 아니라, 어떤 때는 고무찰흙도 빚고, 유리를 가열해 부풀리기도 하면서, 그러다 재료나 일손이 부족하면 옆에 가서 빌려 오기도 하는 식이랄까…….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잘살고 있어?”라며 들여다본다거나, 명확하게 ‘내가 해야 할 일’ 목록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내가 도움을 주면 좀 수월해지려나’ 싶으면 손도 먼저 내미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치고 남들 일에만 코를 들이밀고 다닌다면 좀 난감하겠지만, 정상적인 회사라면 그런 사람들은 알아서 자연 도태되지 않을까?아무튼 그런 생각이 좀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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