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 프로님이랑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잘 지내셨어요?”
“네에. 별일 없으셨나요?”
상투적인 안부 인사였는데, 긴장되는 대답을 돌려받았다.
“아아, 저는 프로님이 쓰신 책 읽고서 말이죠…….”
뜨끔! 나도 잊고 지내던 일이었는데. 졸렬한 글이었다는 눈치가 보이면 어쩌지? 사람이 지옥에 가면 자기가 생전에 처음 지었던 아이디로 불린다는데. 예를 들면 ‘핑크겅듀_v’라든지. 그거랑 비슷한 기분일까?
“……블로그 쓰기를 시작하려고요!”
곰곰이 떠올려 보니, 글을 쓰면 어디에든 내보이라는 조언을 책에 담은 적이 있었다. 그래야 남들이 보니까 재미도 있고 좀 더 본격적인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누가 누구에게 조언하느냐마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관련해서 누군가에게 좋은 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기분이 들어 은근히 뿌듯했다.
어쩌면 말이지, 한 명 한 명에게 작문의 기쁨을 전파해서 포섭해 나가고, 종국에는 내 주위를 작가들로 가득 채우는 것. 그것이 바로 나도 몰랐던 나의 은밀하고 사악한 목표였을 지도 모르겠다.아차, 파스타는 내가 아니라 선배님이 사주신 건데. 동석했던 세 명 중에서 제일 중요한 등장인물을 빼먹을 뻔했다.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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