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기들이랑 밥을 먹었다.
서로 다른 부서들을 거쳐서 지금의 부서들에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다들 현장과 스탭 부서를 모두 경험했다는 공통점은 있었다. 그 현장이 자동차 대인보상이었느냐 아니면 설계사 조직영업이었느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으니, 다들 입사 초기에 발령받은 부서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일이 힘들긴 해도 오래 하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하긴 했거든. 그런데 문득 ‘이렇게 30년 남짓 똑같은 일을 하다가 끝나겠구나’ 싶으니까 괜히 막막하더라구.”
내게도 아직 기억나는 장면들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창밖에서 저녁노을이 쨍하게 비춰오던 어느 오후였다. 노란 석양빛을 배경으로 서류를 뒤적이시던 선배의 모습이 그 장면 가운데에 있었다.
나보다 연차가 한참 높은 분이셨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을 비슷하게 생긴 서류를 뒤적이며 회사 생활을 보내셨을 텐데. 내가 이대로 쭈욱 지낸다면 나도 미래에는 저만큼의 주름살이 생길 때까지 비슷한 일을 하며 한 인생을 보내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은 회사를 좀 더 다녀보고 연차가 쌓여가면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물론 일은 손에 익어가고,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감히 말하자면) ‘짬바’ 같은 걸 하나둘 얻어갔다. 그런데도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어두운 무언가가 꾸물거렸다.
‘앞으로 나는 평생 이 일을 하다가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막막했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지, 구내식당 멀끔하지, 사람들이 때리기를 하나, 아니면 일을 하다 어디 크게 다칠 일이라도 있나.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일 텐데, 딱 잘라 형언하기 어려운 뭔가가 아무튼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를 포함해서 점심을 같이 먹은 동기들은 다들 이런저런 부서를 거쳐 가며 지금의 각자가 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이 일만 하다 끝나는 건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또 하나같이 ‘이 일만 하지는 않았다’라는 결말이 되었다니. 참으로 사람 일은 모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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