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기에 늦은 때라는 게 있을까?
대학원 석사 출신 분이랑 밥을 먹었다.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보험사로 커리어 전환을 계획했다고 하셨다.
“원래 했던 전공이랑은 달라서 학부 편입부터 시작했어요.”
학사를 마친 다음에는 대학원도 졸업하고, 그 후에 지금 여기로 입사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하셨다.
지난 주말에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책에서 말하기를, 공부를 각 잡고 할 요량이라면 대학원까지 가는 게 낫고, 대학원을 간다면 30대 초중반 안에 끊어야 취업에 무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입사 초기의 나를 떠올려 봤다. 사실 나는 ‘금융사를 가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보험사일 줄은 모른 채로 학교에 다니다 졸업했다. 그래서 다소 어리둥절한 상태였던 것도 같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싶어 하던 날이 꽤 많았다.
그때의 나는 ‘다른 길을 찾기에는 늦었나?’, 하는 불안으로 갈팡질팡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른 뭔가를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마음만 조급했다. 통계는 대학생 때에도 천재들이나 다루는 영역처럼 느껴졌고, 그렇다고 마케팅의 말랑말랑한 창의력이나 전략컨설팅의 끈기와 근성(물론 지성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이 나에게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20대였다. 그것도, 30 직전의 29세도 아니고, 20대 중반!
만약 그때부터 뭔가를 시작했다면, 뭐를 시작했어도 내후년이면 ‘10년째 하고 있음’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 그런 나이였다.
인생은 정말 길고, 예언자가 아닌 이상 누구든 한 치 앞의 내일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의 어떤 선택이나 행동이 10년, 20년 뒤의 자신에게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를 어떻게 예측할까?
어쩌면 사실 인생이란 별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험상궂은 얼굴로 나를 혼쭐내러 오겠다는 ‘미래의 걱정’에다 대고서, 전혀 모르겠고 상관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뻔뻔하게 “?”를 날려도 되는 게 아닐까?지금의 선택이 ‘돌고 돌아서 와 버린 탓에 조금 후회스러운 길’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던 길’로 이어질지는 어차피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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