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왔습니다

by 구의동 에밀리

회사에 새로운 협업 툴이 도입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파워포인트로 문서 만들던 방식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여서 되도록 많이 써 보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손에 익어서 정말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따금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나도 한 번 알려줘.’ 하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 보니 막상 서로 시간 내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 대규모 인사이동 시즌을 앞두고 세월이 수상한 틈을 타서 한 동료에게 1:1로 사용법 과외를 했다.

“도형은 주로 이쪽을 많이 참고하면 좋은데, 이 버튼을 누르면 훨씬 더 많이 있어. 그리고 PPT랑은 다르게 자동으로 연결선이 만들어져서 다이어그램 그릴 때 훨씬 편해.”

“와아, 전문가네. 그냥 많이 하다 보니까 익힌 거야?”

“으응. 이것저것 눌러보니까 익숙해지더라구.”

그렇게 사용법 과외는 15분 내외로 짤막하게 끝났는데, 이어서 다른 종류의 질문들을 받았다.

“이거랑은 별개로, 평소에 정말 많이 느낀 건데. 구조화를 정말 잘하는 것 같아.”

“그, 그런가? 내가?”

“응. 협업 툴에 업로드한 자료들 보면서 감탄했거든. 혹시 그런, 사고방식이랄까, 능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받았던 책 같은 게 있었어?”

“글쎄……. 내가 정말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하자면…….”

그 밖에도 칭찬 섞인 질문을 몇 개 받았다.

“학사 학위도 하나 더 받았잖아, 그거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어?”

“아. 원래는 1인 개발자가 로망이었거든. 그래서 코딩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다들 인사철이라 마음이 붕 떴는지, 마침 부서에 사람도 별로 없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두런두런 얘기를 좀 더 나눴다.

“질문을 너무 많이 했더니 인터뷰처럼 됐네. 왜, 그런 거 있잖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을 만나다’ 같은 느낌.”

“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정말 빈말을 안 하는 편인데, 멘토링 성격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되게 많았거든. 주위 사람들한테도 ‘아 저 사람은 진짜입니다’ 하고 얘기하고 다닌다구.”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솔직히 의외이면서도 굉장히 기뻤다. 평소 나의 회사 생활 신조는 ‘내가 짱이 될 거야!’보다는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지……’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나는 질문을 던져왔던 그 동료야말로 애티튜드부터 업무적인 지식까지 하나하나 대단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런 사람으로부터 이렇듯 추켜세워지는 듯한 질문들을 받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덕분에 퇴근길에는 마음이 밝았다. 뜻밖에 현장 퇴근해서 곧장 집에 가는 날보다도, 반차 쓰고 일찍 퇴근하는 날보다도,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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