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님은 취업도 한 번에 했죠?”
어떻게 아셨지?
날씨도 좋고 기름진 음식도 땡겨서 햄버거집에 갔다. 실내지만 볕이 잘 드는 수제버거 가게였다.
아이 성별은 나왔는지, 지금 몸은 좀 어떤지 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문득 인생 코스를 어떻게 밟아왔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아니, 정말 신기한 게. 보통 그렇더라구요. 대학도 재수 안 하고, 취업도 한 번에 하는 그런 사람들은 결혼도 임신도 빨리빨리 하는 것 같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입시 때 아예 목표 자체가 ‘재수 안 하기’였거든요.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서 수능 점수 돌리고 스마일 뜨는 학과로 원서를 넣었어요.”
“그쵸? 근데 내 친구들도 그래. 입사 동기 중에 그런 친구들한테 ‘넌 나중에 결혼도 빨리할 것 같다’고 예언했는데 적중했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늘 뒤처질까 봐 허겁지겁 살았다고 느껴왔는데, 돌이켜 보면 정작 뭔가에 늦었던 적은 딱히 없었다.
인턴이며 뭐며 하느라 졸업은 1년 늦춰졌지만, 그것도 의도적인 판단하에 뭘 하다가 연기된 것이었다. 뭔가에 실패하거나 길을 헤매서 허비된 시간은 아니었다.
재수도 안 하고, 취업도 졸업하자마자 하고. 입사지원서에는 ‘꼭 귀사에 가야 할 이유가 백 가지나 있습니다!’하는 식으로 쓰긴 했다. 하지만 나는 취업 실패를 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솔직히 원서를 몇십 군데를 썼었다. 어차피 회사도 지원자를 몇 배수나 뽑아 놓고 재고 따지는데, 지원자 입장에서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상도의에 맞지 않을까?
승진 누락도 없었고, 결혼도 서른 전에 하고, 아이도 만 35세 이전에 가지고. 남들 눈치 보고 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늘 참고하며 살긴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몇 살에는 뭐를 해야 해’하는 전형적인 한국인 추천 코스를 밟아온 게 아닐까 싶어졌다.
“어쩌면 친구들 영향인지도 모르겠어요. 학생 때부터도, 주위에서 다들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하든 로스쿨을 가든 하고 했거든요.”
지금도 나는, 고등학생 때 반 친구들의 면학 분위기 덕분에 입시를 무탈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수업대로 듣다가 쉬는 시간이면 문제집을 꺼내 놓고 푸는, 그런 짝꿍을 옆에 두고 있으면 혼자 농땡이를 피우기가 어려웠다.
그러고 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피어 그룹으로부터 인생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경력직 분들은 ‘여기 사람들은 다들 빠른 것 같아’라고 많이들 얘기하시곤 한다. 나만 해도 학교 친구들은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도 많은데, 회사 동기들은 벌써 아이 엄마아빠가 많이들 되어 있다. 만약 다른 회사를 갔더라면 내 인생은 그만큼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