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 누구지?

(연재) 이 참에 비상탈출!

by 구의동 에밀리

“처엉컹!”


그 때 위쪽에서 문 소리가 들렸다. 누가 나처럼 연휴 출근 했나 봐!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와 다행이다’였다. 빙글빙글 계단이라 지금 내려온 것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걸 더 내려가야만 밑바닥에 닿을 수 있다는 부담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저 사람이 다른 층으로 나가기 전에 닿아야 하는데. 나는 벌떡 일어나서 두 칸씩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이번에 저 사람을 놓치면 사무실로 돌아갈 수가 없다. 소리를 칠까? “저 사원증 놓고 왔는데,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이렇게?


사연까지 밝히기에는 민망해서, 나는 “저기요!”라고 외쳤다. 다행히 그 사람은 다른 층으로 쏙 들어가지 않고 내려오는 중이었고, 나는 헉헉대면서 두 칸씩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마주친 건,



나였다.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던데.’


우습지만 이게 머릿속에 가장 처음 든 생각이었다. 자세히 보니 옷차림이 지금의 나랑 비슷했다. 평범하고 수수하게. 너무 튀지도 않고. 매일 무난하게 걸치고 다니기 편했지만, 눈에 띄게 예쁘지는 않은 차림이었다. 화장기도 별로 없었다.



07 계단 마주침.jpg


그렇지만 지금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내가 나이 든 모습이 딱 저 모습일까? 용하다는 무당한테 미래를 물어보고, 그의 입으로부터 나의 미래를 발가벗겨진 듯이 생생하게 들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어떤 극적인 희망도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서 나이만 먹게 될 거야. 평범해지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우물쭈물.


도망을 쳐야 하나. 그렇지만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달아날 수 있을까? 저 도플갱어인지 뭔지 하는 존재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부터가, 나보다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럼 내가 아무리 달려도 귀신같이 나를 쫓아올 텐데. 아니야, 그래도 목에 임시 출입증이 걸려 있는 걸 보니까 그렇게까지 초월적인 건 아닌 것 같은데. 저거 없으면 문도 못 연다는 거잖아, 나랑 똑같이.


나이든 모습의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따라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렇게 된 거, 침착한 척이라도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너”라고 불러야 하나. 그럼 “너는 누구야” 라고 해야 할까? 아니 딱 봐도 나인 것 같은데, 누구냐니. 아니면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경어를 써야 하나? 그것도 웃긴데.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 존재가 먼저 말을 던졌다.


“나는 미래에서 온 너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3편 – 내게 그런 일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