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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_눕눕 생활과 로망의 기록

전업작가라니 꿈만 같군요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구의동 에밀리예요. 1인출판사 별빛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별빛길드는 말 그대로 ‘1인’ 출판사입니다. 보통 출판사라고 하면, 원고의 편집을 비롯해 마케팅, 디자인, 제작 등 출간 과정의 각 단계를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하는데요. 별빛길드는 제반 과정을 제가 혼자서 처리합니다. 더불어서 원고도 제가 집필하고요. 1인출판사 중에는 원고는 다른 작가님들로부터 받아 오는 경우가 많은데, 별빛길드는 제가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에는 두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한 권은 <돌고 돌아 돈까스>로, 강남역에서 직장 생활하며 겪었던 웃픈 에피소드에 점심 맛집 정보를 담은 수필집입니다. 다른 한 권은 제가 고위험 임산부 시절에 썼던 수기를 책으로 엮은,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이고요.


이번 브런치 매거진에서는 <널.품.창>의 출간 후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덟 번째 글이니, 앞으로 딱 두 회차만이 남았네요.


오늘은 ‘로망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업 작가라는 로망에 대해서 말이지요.



| 전업작가라니, 꿈만 같군요


정말 꿈만 같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아직도 겸업작가거든요.


하지만 출판 시장의 현실을 알고 나니, 전업작가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란 보통 일이 아님을 그제야 명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분들은 보통 인세를 3~10% 정도 받으시는데요. 7% 정도를 기준으로, 유명하거나 계약에서 쇼부(네?)를 잘 본다면 그 이상, 여러가지 이유로 깎일 경우 7% 미만으로 받을 수 있다고 보시면 대강 맞을 겁니다.


7%를 기준으로 인세 수입을 계산해 봅시다. 책값이 권당 2만 원이라고 치면, 한 권을 팔았을 때 [20,000 * 7% = 1,400원]을 받게 됩니다. 100권을 팔면 14만원, 1,000권을 팔면 140만원이 되는 셈이지요. 그러니까 역으로 계산하자면, 천만 원 이상 벌려면 1만 부 정도는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1천 권 파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보통 출판사에서 1쇄를 찍을 때 1~3천 부씩 찍으니까, 천 권 이상을 판다면 2쇄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요즘 출판 시장은 아무래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숏츠 같은 즐길거리와 경쟁하다 보니,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책을 처음 써보기 시작한 작가가, 초기작으로 증쇄를 찍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를 통해 전업작가로서 책을 내며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것이 곧 우리가 책을 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팀 페리스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하면, 없는 가능성을 만들어서라도 붙이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으면, 기회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게 된다.”


저는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가능성을 탐구했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 직접 출판하자!


앞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낸다면 작가는 보통 7% 안팎의 인세를 가져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아서 93%의 이윤을 홀랑 먹어버리는 도둑놈 심보를 가진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원고를 받는다고 해도, 처음에는 ‘초고’에 불과하므로 이를 긴 시간에 걸쳐 함께 다듬을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고를 그냥 A4용지에 인쇄해서 스테이플러로 찍을 수는 없으니,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제책 전문가도 필요합니다. 인쇄할 때도 종이값부터 시작해서 인건비며 드는 비용이 상당하고, 책이 나왔다고 널리 홍보할 마케팅 비용과 각 서점에 유통시킬 비용도 따로 들지요.


이런저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출판사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책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기성 출판계에도 20%의 책이 80%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파레토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출판 작업을 직접 하자.’


제가 내린 결론은 그러했습니다. 물론 각 과정에서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다면 더욱 근사한 책을 만들 수 있을 테지만, 그만큼 제게 돌아오는 이익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전에, 제 원고를 받아주는 출판사를 찾느라 기나긴 시간을 흘려보낼 테고요.



| 가내수공업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까 드는 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소설 <가녀장의 시대>로 유명한 이슬아 작가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곤 하죠. 손수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냈더니 죽는 줄 알았다고요.


‘돈 주고 사람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출간 과정 일부를 하나둘 외주로 돌리게 된다면, 그만큼 비용이 발생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할 만큼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결국 제 사비로 메꿔야 할 테고요.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책을 파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제가 팔로워 몇십 만 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였다면 수월했겠지만, 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지인 위주로 구성된 몇백 명 수준의 아기자기한 계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주를 쓴다면 되려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책을 안 내는 편이 맞지 않나’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면, 집필 활동을 계속하는 데에 악영향을 줄 지도 몰랐습니다.



| 100%의 확신


이렇듯 살짝 ‘울며 겨자먹기’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편집자로서 1인출판인의 업무가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천만다행으로(?), 제 초고가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 깨닫는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별빛길드를 운영하면서 보통 교정을 최소 3회까지 반복하는데요. 기존에 쓴 글을 묶어서 처음 교정을 볼 때는, 아휴……. 분명 제가 쓴 글인데도, ‘대체 얼마나 더 손을 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한숨이 나오곤 합니다. 그나마 괜찮은 수준이 되었다 싶은 단계는 3교 정도 봤을 때여서, 그제서야 탈고를 결심합니다.


본인이 쓴 글을 편집하는데,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집필’과 ‘편집’ 사이에 시간 간극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고의 첫마디를 쓰는 시점부터 이를 편집할 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날들에 매일 꾸준히 글을 쓰니까요.


어떻게든 책을 하나 둘 내다 보니, 무슨 글을 쓰든지 그것이 나중에 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100%의 확신이 언젠가부터 생겼습니다. 엄청난 원동력이지요. 덕분에 스스로 자신을 ‘작가’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매일 글을 쓰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 책을 쓴 작가의 매력적인 문체를 훔치고 싶어서 뚫어져라 읽곤 합니다.


이처럼 매일 글을 쓰기 때문에, ‘초고’를 집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편집’을 할 때까지는 늘 경험치가 착실히 쌓여있었습니다. 만약 직접 출간하지 않고, 내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아 헤매기만 했다면 얻을 수 없는 효과였지요.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영 형편없는’ 초고만 들고서, 매일 이곳저곳 문만 두드리고 축 늘어진 어깨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 원고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나는 평생 작가가 될 수 없는 걸까?’

‘저 사람도 책을 냈구나, 부러워라……’


그러고는 내게 무엇이 부족해서 책을 못 내고 있는지, 자신의 단점만을 찾아내려 시간을 낭비했겠지요.


여러분도 만약 책을 내는 것이 인생의 꿈이라면,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지요. 일단 ‘형편없는’ 초고를 써보세요. 그리고 실행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서 출간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날이 바로 작가로 살아가는 ‘Day 1’이 될 테니까요.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갑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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