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기는 출산의 고통과도 같다더니
안녕하세요, 구의동 에밀리예요. 1인출판사 별빛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신 막바지에 조산기 때문에 눕눕 생활로 버텼다는 이야기를 드렸었지요? 그때와 이전에 썼던 원고를 출산 후에 모아서, 책으로 냈다는 얘기도요.
오늘은 출산과 출간, 이름도 비슷한 두 단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월이었습니다.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지요. 다행히 산부인과로 향하는 새벽길에는 눈도 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순탄하게 산부인과에 도착해, 분만실로 들어섰습니다. 새벽이라 1층 로비는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반면, 분만실에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여느 때처럼 분주하게 다니고 계셨지요. 이미 도착해서 저보다 먼저 분만을 준비 중인 산모님도 계셨습니다.
조산기가 있었던 탓에, 저는 유도촉진제고 뭐고 투입하기도 전에 이미 자궁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덕분에 무통주사를 먼저 맞고, 본격적으로 촉진제를 맞으며 진통이 시작되었지요. 아기를 낳을 때도, 진통 때문에 아프다기보다는 아기 잘 내려오라고 조산사분들께서 제 명치(!)를 꽉 누르셔서 아팠습니다.
출산 직후에 아기가 숨을 안 쉬어서 잠시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대표 원장님께서 잘 처치해주셔서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제야 저도 긴장이 풀어져서 깜빡깜빡 잠이 들다 말다 했고요.
세상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내 아이. 바라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큰일을 했구나’라는 감상도 들었습니다. 이 작은 사람에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의 모든 행복은 물론이고 고통까지도 건네주었다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이후 육아를 하면서, 그간 썼던 글들을 모아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일개 직장인이었던 제가, ‘내 이름’을 걸고 책을 냈다는 감회가 새로웠지요. 저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하나둘 생겼습니다.
그러나 종종, 작가라는 호칭에 제발로 주눅 들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무슨 문학상 수상자도 아닌데, 작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되려 ‘작가’라고 자칭한다며 우쭐해 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그러나 책을 본격적으로 매대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당당해져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어쨌든 제 시간과 정성을 쏟아 만든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아무리 겸손을 떨기로서니 저자인 저부터가 졸작이라고 폄하한다면, 다른 이들도 귀히 여기지 않겠지요.
저는 제 책이 많은 이들의 눈에 띄기를 바랐습니다. 많은 독자를 만나고,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랐지요.
어쩌면 출간 후 책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자식을 챙기는 부모의 마음과 닮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부모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어버이가 되고자 노력하니까요.
여러분도 출간을 꿈꾸고 계시다면, 출간 이후 자신의 모습도 한 번 쯤은 미리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웬만하면 본인의 저서에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 당당하고 멋진 작가의 모습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책을 사랑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을 내는 일은 산고의 고통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지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책을 내는 것보다 그 후의 마케팅이 더 큰일이듯이, 아이도 낳는 것보다 이후에 키워내는 것이 더 장기적이고 거대한 프로젝트더군요…….
출산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스타트라는 점에서, 둘은 참으로 닮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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