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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_눕눕 생활과 출판의 기록

글감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도서다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책 쓰는 엄마, 구의동 에밀리예요.


지난번에 온라인 연재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그 결과인 책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이번 글은 온라인 연재물이 책으로 되기까지, 출간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글은 어떻게 책이 될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원고는 ‘집필 - 편집 - 마케팅’의 3단 과정을 거쳐서 책이 됩니다. 각각의 단계를 순서대로 밟기만 하면 책이 나온답니다. 짜잔! 참 쉽죠?


물론 이렇게 말하면 밥 아저씨가 따로 없겠지요. 참,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밥 아저씨를 모를 수도 있으려나요? 이래봬도 아직 30대 중반인데, 조금 자신감이 없어지네요.


아무튼 책은 글을 쓰기만 한다고 해서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엄연한 상품이니까요. 잘 다듬고 포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글감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셈입니다. 그리고 출판에서 ‘다듬기’는 편집, ‘포장’은 마케팅의 영역에 해당하지요. (역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편집…이라는 이름의 노동


먼저 ‘편집’입니다.


민음사라든지 문학동네처럼 규모가 큰 출판사에서는 편집자를 여럿 두고 작업이 진행됩니다. 한 권의 책에는 한 명의 편집자가 붙는 셈이지요. 물론 한 권을 여러 명이, 또는 여러 권을 한 명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희 별빛길드는 1인 출판사. 작가인 제가 운영하며, 출판 전과정을 혼자서 처리합니다. 그렇기에 편집자 역시 제가 1인다역으로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철저히 1인 출판사의 관점에서 책의 탄생 과정을 알려드려보겠습니다.


우선 원고 정리를 해야 합니다. 온라인에 연재하면서 잔뜩 쓴 글을, 책으로 낼 수 있도록 워드 프로세서로 옮겨와야 하지요. 복붙의 연속입니다. 단순 반복 업무지만 집중해야 합니다. 아무도 더블 체크를 안 해주거든요. 자칫하면 ‘ctrl + c’를 깜빡하는 바람에 똑같은 내용을 두 번 붙여넣을 수도 있습니다.


워드 프로세서로 잘 옮겨심은 원고는 예쁘게 다듬어 줍니다. 온라인에서 가독성을 위해 엔터 두 번 쳐서 만든 단락 나눔도 모두 삭제해 줘야지요. 따분한 작업이므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후다닥 처리해야 지치지 않습니다. 폰트나 용지 사이즈 설정, 페이지 번호 매기기 등의 이런저런 작업도 이때 해줍니다.


그 다음은 교정교열! 글이 더 매끄럽게 읽히도록 윤문도 해주고, 맞춤법 틀린 것 없는지도 봐줘야 합니다. 저는 보통 3교까지 해주는데요. 세 번이나 교정을 해도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원고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다음 책을 내야 한다’라는 목표의식(또는 변명)으로 탈고를 결정해야지요.


여기에 예쁜 표지도 붙여주고, 인쇄소로 보내서 한 권만 받아봅니다. PC로 볼 때는 다 괜찮아 보였는데도, 종이책으로 받아보면 이상하게 꼭 뭔가 틀어진 게 발견되더라고요.



| 마케팅, 책을 팔아봅시다!


책을 다 만들었다면, 이제 팔아야 할 시간입니다.


제대로 된 출판사에서는 원래 ‘영업’, ‘마케팅’, 이런 식으로 세분화되어 돌아가는 일들이지만, 저희 별빛길드는 제대로 된 출판사가 아니므로(네?) 뭉뚱그려서 ‘마케팅’이라고 부르며 얘기해보겠습니다.


마케팅, 그러니까 책의 판매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말이지요. 따지고 보면 유통 방식과 판매자가 보유한 홍보 채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유통 방식에 대해서. 예전에는 사람들이 서점에서만 책을 샀지만, 요즘에는 온라인 판매 비중이 오프라인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파는 입장에서도 온라인으로만 책을 팔면 오프라인에 깔아두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아무래도 오프라인 접점이 없으면, 판매 채널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셈이니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참고로 저는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깔아두려면 POD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렇다면 POD란 무엇인가! ‘Publish on Demand’의 약자로, 주문이 들어오면 따끈따끈하게 한 권씩 찍어서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원래 책은 몇 백, 몇 천 권을 미리 인쇄해두고 각지 서점 매대에 깔아두고 팔았는데, 저처럼 소규모로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초기투자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요. 그래서 살짝 단가가 비싸더라도 POD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원가가 높으므로 판매 부수당 이윤이 적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니, 이 또한 고민할 부분입니다.


이윤 이야기가 나왔으니, 직접 판매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서점을 통해 책을 파는 방식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여러분도 누구나 책을 ‘직접’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서점에 떼어 줄 마진까지 꿀꺽할 수 있으니, 이윤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요.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 하나만 개설해도 가능한 일이랍니다.


하지만 그만큼 서점의 업무가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책을 집에 쌓아두고, 포장해서, 택배로 부치고……. 특히 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통신판매업을 할 경우 사업장 주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우려되었습니다. 따로 사무실이 없으니 자택 주소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어쨌든 요즘에는 무슨 판매 경로를 택하건 온라인 채널을 무시할 수 없으니, 상세 페이지 하나쯤은 잘 만들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텍스트를 파는 책 장사라고 해도, 단순 소개글보다는 그림과 사진이 잘 배치된 상세 페이지가 더 눈에 들어오는 법이니까요.



| 마지막으로, 다시 ‘집필’


편집과 마케팅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따로 있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면, 일단 씁시다!


원고를 모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편집도, 마케팅도, 그 다음의 일입니다. 엉망진창인 편집과 잔뜩 생략된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원고만 있다면 어떻게든 책이 나올 수 있지만, 원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30분에서 1시간씩 시간을 내서 노트북 앞에 앉아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를 쓸 때, 저는 임신 막달이었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해서 키보드를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 박사에 빙의해, 아이폰 음성 인식 기능으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지요. 편집과 마케팅은 출산 후 육아휴직 기간에 했고요.


그러니 첫 책은 상품성에 크게 개의치 말고, 일단 과정을 한 바퀴 돌리는 데에 집중해 보세요. 한편으로는 소원성취를 목표로 삼고 말이지요. 버킷 리스트에서 ‘책 내기’ 한 줄 지운다, 하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원고부터 비축해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글 한 편 쓰는 것은 어떤가요?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갑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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