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빼먹고 안 넣은 '감사의 말'
안녕하세요. 책 쓰는 엄마, 구의동 에밀리예요.
임산부 시절에 조산기 때문에 누워서 지내는 동안, <눕눕 임산부 일기>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고 이듬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이미 제 브런치에서 연재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이라면 ‘대체 이 말을 몇 번째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 이 글로 저를 처음 접한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염치불구하고 한번 더 얘기해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낸 책의 제목은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였습니다. 곧 있을 회사 복직을 고려할 때, 육아휴직 기간을 틈타서 재빠르게 출간에 박차를 가한 것은 스스로도 잘한 일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내고 보니까 빼먹은 게 있네요. ‘감사의 말’을 안써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책, 특히 서구권에서 출간되는 책에는 말미에 항상 ‘감사의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옮긴이의 말’과 함께 넘겨버리는 부분이지요. 몇 번 읽어보니까 패턴이 비슷해서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가족에게 고맙고, 이런 나를 채근해서 훌륭한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고맙고, 등등.
그래도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감사의 말은 좀 웃겼습니다. 왜 웃겼는지는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책 소개는 이래서 참 어렵네요. 맛집 소개는 맛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수록 좋은데, 책 소개는 스포일러를 감안해야 하니 말을 아껴야 해서 난감합니다.
아무튼 저도 책을 쓰면서, 특히 <널품창>을 쓰면서는 더욱 더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 쓰는 일 자체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가면서 받은 도움 덕분에 책을 쓸 여력을 챙길 수 있었거든요. 여차하면 응급실에 차로 실어다 줄 준비가 언제나 되어있는 남편, 점심 식사와 청소와 빨래를 매일 챙겨주신 친정 어머니, 정기 검진일마다 건대 병원으로 태워다 주신 아버지, …….
만약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침상 안정을 취할 수 없었겠지요. 아기가 언제 나올 지 모르니, 출산 가방도 혼자 어떻게든 싸둬야 했을 테고요. 내팽개칠 수 없는 집안일 때문에 몸을 자꾸 움직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이대로는 안되겠는걸’ 하는 불안과 함께, 차라리 병원에 입원해서 안정을 취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을지도 모릅니다.
밥 차려주고, 치워주고, 보리차 타주고, 청소와 빨래 등 그야말로 온갖 수발을 가족이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저는 입에 “고마워”를 달고 살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고마운 걸 모르고 사는 것만큼 자신에게나 주위 사람에게나 해로운 삶의 태도도 없으니까요.
제가 조산 위험과 싸우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글의 내용이 시종일관 희망적인 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그와 같은 감사하는 마음 덕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감사하는 마음은 긍정 마인드로 전환되는 법이니까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의 뒤에는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습니다.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무명 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입니다. 책의 저자는 베스트셀러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동안 남편이 집안일을 전담해주는 등 서포트를 해준 덕분에 책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글쓰기 강사와 동기부여 강연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나갈 수도 있었고요.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우선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웬만하면 말로 표현하면 더 좋고요. “고마워”라는 한 마디가, 나를 작가로 만들고 가족을 행복하게 한답니다.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갑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