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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_눕눕 생활과 동지의 기록

온라인 연재는 어째서 작가를 롱런하게 하나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책 쓰는 엄마, 구의동 에밀리예요.


고위험 임산부 수기인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는, 원래 출간 전에 블로그로 연재되던 에세이였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연재’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답니다. 어쩌다 보니 롱런을 하게 되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연재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롱런’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두세 편 올리는 것은 어찌저찌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책 한 권 분량의 글이 되도록 차곡차곡 집필하는 행위는, 뭐랄까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혼자만의 싸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독자와의 소통이 생기는 순간……! 온라인 연재자는 롱런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널품창>을 쓰면서 어떻게 연재를 완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 안녕하세요, 블로그 이웃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2012~13년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지금의 생활은 무조건 글로 남겨야 해’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블로그 이웃과의 소통은 별로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2025년이니 거의 10년 넘게 블로그를 한 셈인데 말이죠. 블로그를 정성껏 키우는 분들은 이웃 순회도 하고 그러시던데, 어쩌면 제 블로그의 장기 운영과 상위 노출에도 불구하고 일방문자수는 지지부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이웃과의 소통이라고는 실제로 아는 지인들 위주로 돌아가던 저의 일상에, 특별한 손님들이 오시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눕눕 임산부들이었지요.


조산 위험 때문에 눕눕 임산부로서 생활하며 이런저런 꿀팁과 경험, 그리고 감상을 올리고 있던 차였습니다. 꽤 여러 편의 포스팅이 올라간 이후여서인지, 앞선 눕눕 생활자의 기록을 찾는 분들께서 제 블로그까지 발걸음을 하신 것이지요.


눕눕 임산부 동지분들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어떤 글은 길고, 어떤 글은 짧았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모든 포스팅에 줄치며 읽고 싶은 마음이에요’

‘평소에도 누워있는걸 안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시간보내야할지 몰라서 찾아보다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에밀리님이 올려주신 글 보고 힘 얻고 갑니다’


이런 글들을 읽는데,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중 몇몇은 저를 이웃추가도 하고 가셨습니다. 제 글의 업로드 소식을 알림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니, 이 또한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어른스러운 집필 동기


조산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정보의 홍수를 돌아다니다가, 딱 필요했던 글을 만났을 때의 마음이란……. 어쩌면 이건 눕눕 임산부만이 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정보는 ‘홍수’처럼 많은데, 자세하고 친절한데다 출산기까지 이어지는 그런 글은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그런 글이 아예 전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석같은 글을 발견할 때면 ‘이렇게까지 자세히 적어놓았다니’라고 속으로 감탄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이유가 궁금해졌지요. 대체 이 사람은 어째서 이다지도 상세하게 포스팅을 올렸을까?


단순히 심심해서?

기록 자체가 좋아서?


그러다 어느 포스팅에서, 명확한 집필 동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다른 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나처럼 관련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해 기록을 남겨본다’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토록 어른스러운 집필 동기라니……. 자신의 필력을 뽐내고 싶어서도 아니고, 나름대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으스대고 싶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그 글은, 투명하고 담백하되 단단한 속내를 가진 이의 글처럼 느껴졌지요.


배움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저도 그러한 집필 동기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습니다. 진심은 전해지는 법인지, 댓글에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 읽는 제 속마음은 이랬습니다.


‘아유, 제가 더 감사하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적고 간 댓글들. 하지만 제가 쓰는 글이 단순한 개인 기록장이 아니라, 타인에게 유익한 정보와 위로를 주는 좋은 글이 될 수 있음을 또렷이 알려주는 응원의 메세지였습니다.



| 부응할 수 있는 기대가 있다면


제 블로그 방문자는 일회성으로 다녀가시는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댓글로 앞날을 응원받는다든지, 이웃추가 알림을 받는다든지, 하는 일들이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읽는 사람을 상정하며 쓸 수 있었습니다. ‘나만 보고 끝날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읽힐 글’을 쓴다는 마음가짐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예상 독자 덕에 가질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은 퀄리티를 신경 쓰게 했습니다. 더 읽기 좋게 쓰려면 어떻게 글을 구성해야 할지, 술술 읽히려면 구두점을 어디에 배치해야 좋을지, 보다 도움이 되려면 어떤 부분을 더 조사해야 할 지, 많이들 궁금해 하면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측면은 무엇일지…….


개중에 댓글이 유난히 많이 달리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 글은 아무래도 업로드 후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기 마련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봤을 때, 나중이지만 그래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글을 수정해서 내용을 보강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운 글쓰기였다면, 그러기란 아마 힘들었겠지요.



| 출간 전부터 독자 리뷰를 보유한 책


댓글 중 일부는, 일종의 책의 추천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억나는 몇몇 댓글을 되짚어가며, 대댓글로 블로거 이웃께 양해를 구했거든요.


‘안녕하세요. 다름 아니라, 제가 썼던 눕눕 임산부 일기들이 이제 곧 책으로 나올 예정이라서요.

혹시 책을 소개할 때, 써주신 댓글 내용 일부를 사용해도 괜찮으실지 여쭤봅니다.

아무래도 책은, 읽어보기도 전에 구매하는 상품인지라 다른 분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아이디/닉네임 등은 가명처리 예정인데, 그래도 혹시 불편하게 여기실 수 있을까 하여 여쭤봅니다.’


모두들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출간을 축하하는 응원도 덤으로 얹어주시면서요. 대부분 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이 아니셨는데, 제가 여쭤본 바로 다음날 답을 주신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감동이었지요.


제게 이 댓글들은, 값진 추천사이자 서평이었고 기대평이었습니다. 청탁 받아서 쓴 글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건네주고 가신 글이었으니까요. 서점에 올린 <널품창>의 소개 페이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고르라면, 단연 이 댓글 선집입니다.


여러분도 만약 책을 준비 중이시라면, 연재 형식으로 자신의 글을 세상에 차례차례 내어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수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아가며 쓰는 글에는 분명 어떤 힘이 있답니다.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갑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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