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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_눕눕 생활과 졸업의 기록

누군가에게 보내는 바람의 편지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1인출판사 별빛길드를 운영하는 ‘구의동 에밀리’입니다.


이번 글은 책 출간 후기의 마지막 연재네요. 여러모로 ‘졸업’이란 말이 어울리는 날입니다. 책을 냈으니 원고의 ‘졸업’이었고, 한편으로는 후기글도 이제 졸업이니까요.



| 어째서 휴먼 다큐가 되었는가?


『널 품고 누워서 창밖의 눈을 보았지』는 임신 막달의 눕눕 생활을 담은 수필집입니다. 그러나 감상으로만 가득한 책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 쪽에 가깝다고 할까요?


눕눕 생활을 하던 당시, 저는 앞서 조산 위기를 버틴 분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봤습니다. 일단 최대한 누워 있어야 한다는 점은 알겠는데, 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했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기만 하면, 의외로 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걸린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이 필요했어요.


침상 노트북 세팅 방법부터 시작해서, 라보파처럼 언젠가 저 또한 투여 받아야 할 지도 모르는 약물까지……. 때로는 ‘꿀팁이네!’라며 룰루랄라 따라하고, 또 어떤 때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답니다. 라보파의 부작용 후기 같은 글을 읽으면, 어느 임산부나 다소간 무서워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제게는 소중한 자료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지’만큼 공포스러운 존재는 없었거든요.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산모들이 작성한 온라인상의 글 덕분에 저는 눕눕 생활을 나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상세한 체험기를 나누고 싶었고요.



| 눕눕 생활, 그리고 졸업


돌이켜보면, 3n 년의 인생을 살면서 유년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어딘가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중학생 때는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고(안 그래 보여서 많이들 놀라시지만 사실 외고 출신이랍니다), 고등학생 때는 대입을 준비하고, 대학생 때는 동아리와 교환학생 그리고 학점 관리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바로 취직해서 쭉 일을 해왔고요.


그러다 임신이라는 인생의 빅 이벤트를 맞이했습니다. 그제서야 바삐 굴러가던 일상을 잠시 멈출 수 있었지요. 마치 졸업식에 뒤따르는 방학처럼, 제 삶에 짧은 겨울 방학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는 회사 다니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뭘 좋아할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뭐였더라?’


온종일 집에 있으니, 오랜만에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다작하는 작가가 되고팠다는 오래된 열망을 떠올릴 수 있었지요.



| 졸업, 그 이후


저는 글을 쓰기를 원했고, 마침 제 앞에는 ‘눕눕 생활’이라는 소재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연재할 수 있었지요.


글을 쓰는 데에는 수많은 원동력이 존재합니다. 일단은 ‘너 참 잘 쓴다!’ 하는 칭찬을 받으면 힘이 나지요. 더 칭찬 받고 싶다는 인정 욕구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저처럼 ‘다작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맹목적인(?) 욕망이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글쓰기의 원동력은 다양하지만, 여기에 ‘긍정적인 동기’가 결여된다면 글쓰기는 무척 힘들어집니다. 누군가를 비방하고 싶어서, 단순히 본인의 우울을 토로하고 싶어서, 내 슬픔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 또한 나처럼 감정적 수렁에 잠식되었으면 해서…….


그런 동기로 쓰는 글은, 자기치유 목적으로 몇 번 끄적이는 일기 정도야 괜찮겠지요. 하지만 이런 글은 읽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어렵거니와, 무엇보다도 글을 쓰는 본인이 괴롭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건강한 글쓰기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에 근원하는 글을 계속 써나가려 합니다. 이제 『널.품.창』은 졸업했습니다만, 앞으로 제게 찾아오는 소재들과 함께 좋은 책을 꾸준히 내는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우선은 12월 1일인 오늘, 『이다지도 낯선 신생아』가 출간되었네요. 육아를 이제 시작하는 분들, 그리고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분들께 실용적인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 되길 바라며 만든 책입니다. 심지어 8,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130 페이지의 짧은 문고본! 여러모로 부담 없는 책이랍니다. (꽤나 적극적인 홍보!)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별빛길드의 새 책들을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세요!



ps. 저렴한 신간. 전자책은 무려 6,500원이랍니다.




1. <널품창>의 독립출판 이야기는 연재 형식으로 올라왔습니다.


2.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널품창>을 만나보세요.

https://east-scilla-140.notion.site/24b8e1697c638011be24fac119382154?pvs=143


3. 별빛길드와 구의동 에밀리의 책들은 여기서 볼 수 있어요.

https://linktr.ee/milimiliemi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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