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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기사 _ P 고등학교 살인 사건

P 고등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은 이미 3년 전의 이야기다.

by 구의동 에밀리

P 고등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은 이미 3년 전의 이야기다.


P 고등학교는 수재만을 모아놓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문제아들이 모인 것도 아닌 그저그런 보통 학교였다. 학부모들도 아주 부유한 편은 아니었으나 생계를 꾸려가는 데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P 고등학교 2학년 2반 교실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다들 무슨 일이야!"


교사의 등장으로 아이들 무리는 물러났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그 날 사건은 뉴스와 신문 지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동급생 괴롭힘에 시달려 결국...]


그러나 이것이 살인사건은 아니었다. 피를 흘린 학생은 병원에서 회복 후 3학년 2반으로 돌아왔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P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실종되었다. 2주가 채 되지 않아 뒤편의 야산에서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훼손된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앵커: L시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실종된 학생의 시신이 학교 뒤편 야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학교 폭력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ㅇㅇ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L시의 한 고등학교. 이 곳에서 실종된 학생이 발견된 것은 2주 후 인근 야산에서였습니다. 시신을 본 학부모는 오열합니다.]


[학부모: (모자이크, 통곡) 엉엉, 이게 무슨 일이니, ㅇㅇ아.]


[법의학자: 시신이 발견된 상태로 봐서는 구타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중략)]


[기자: 검찰은 해당 학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열하는 학부모, 모자이크 처리 후 배경으로. 통곡 소리) 학교 폭력으로 인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학부모는 철저한 진상 조사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ㅁㅁㅁ 뉴스, 김ㅇㅇ 기자입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폭력을 알고서도 가해 학생을 그대로 피해 학생과 같은 반에 방치한 점, 살인사건 이후에도 가해 학생 측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입막음을 시도한 점 등 학교의 대응이 알려지게 되었다.


[기자: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셨어요?]


[학생1: (모자이크, 음성변조) 그냥, 너네는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이제 고3이고 하니까.]


[학생2: (모자이크, 음성변조) 공부 분위기 흐리지 말라고도 했어요.]


[기자: 네?]


[학생2: x x x 짝이 우니까, 조용히 하라고, 공부 분위기 흐리지 말라고 하면서 데리고 나갔어요. 야자 시간에.]


H 신문과 K 다큐에서는 이 사건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러자 살인사건의 피해 학생 외에도 P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했다는 사례들이 접수되었다. 또한 신고된 사건들은 모두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처를 언급했다.


SNS를 타고 소식이 퍼졌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P 고등학교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라는 집회가 종종 열렸다. P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생들이 교사 등 학교 관계자를 적극적으로 고발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반면 이를 법으로 만든다면 학생이 교사를 처벌하고 교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상당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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