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의동 에밀리 Apr 17. 2024

신생아를 키운다는 것은

0개월 19일

지금은 밤 11시. 

신생아는 2~3시간마다 밥을 찾으면서 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2~3시간에 한 번만 깨지는 않는다. ‘밥을 찾으면서’라는 단서가 붙었으니까. 자다가 갑자기 모로반사 때문에 놀라서 깨기도 하고, 용쓰기를 하다가 가스 배출이라도 어려웠는지 울부짖기도 한다. 

그래서 신생아를 키우려면 쪽잠을 그때마다 자야 한다. 30분이라도 마음 편하게 잘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온 신경이 아이를 향해 있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선잠을 잔다. 우는 소리 뿐만이 아니라 용을 쓰느라 ‘꾸엑, 껙’ 하는 소리에도 ‘설마 게워내서 숨쉬기를 힘들어하는 중이면 어쩌지’ 하고 벌떡 일어나서 아이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니까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는 이 밤, 아이가 자는 지금은 잠을 자 두는 게 맞다. 하지만 왠지 잠이 달아나서 블로그에 넋두리처럼 아무렇게나 글을 적어둔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울적한 기분이 수시로 찾아든다. 마치 파도가 밀려올 때와도 같아서, 다소 억지스러운 생각들에도 하릴없이 항복해버리게 된다. 

아까는 우는 아이를 안아서 어르다가, 도저히 울음이 진정되지 않자 남편이 대신 안아주고 있겠다고 했다. 어쨌든 나는 아직 출산하고 18일밖에 되지 않은 산모였으니까. 손목부터 몸의 구석구석 뼈마디가 늘어나 있는 상태인데다, 오래 앉아 있으면 회음부며 항문이 욱씬거리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이는 이 사람이든 저 사람이든 저를 안고만 있으면 만사 OK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남편에게 아이를 건네며, “나도 루나한테 잘해주고 싶어…”라고 말을 내뱉었다.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다시 내 귀를 통해 돌아와서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눈물이 핑 돌아서 스스로를 잠자코 달랬다. ‘이건 모두 호르몬 탓이야’라고 생각하라던 전 직장동료의 말을 떠올렸다. 출산 후에 얼마나 눈물이 많아지는지를 직접 겪어봐서 알고 있기에 내게 위로를 해줬던 언니였다. 그 언니가 전투식량처럼 보내준 초콜릿 상자를 꺼내서 한 알을 또 먹었다. 우울할 때 단 것을 먹으면 우울해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신생아 시기는 흔히들 말하는 ‘100일의 기적’이 시작되는 백일까지 보통 이런 쪽잠 신세로 지내게 된다고 들었다. 사흘도, 열흘도 아니고, 100일이라니. 

그 기간을 이렇게 보내야 한다니 아득했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으니, 낮 동안에는 내가 홀로 부모가 된다. 다행히 산후도우미 서비스도 받고 있고, 친정 어머니도 와서 도와주신다. 덕분에 밥, 빨래, 청소는 물론이고, 아이를 어르거나 씻기고 하는 일도 도움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손에 떠맡긴 채 마음 편할 수는 없어서 늘 노심초사하는 상태로 지낸다.


모유수유가 어렵다. 

아이는 유두혼동이 왔는지, 직접 젖을 물리려고 하면 고개를 세차게 휘젓는다. 얼굴도 금세 새빨개져서는 호흡도 빨라지고 급기야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딴거 자꾸 들이밀지 말라고!’라고 하는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가끔은, 열 번 중 한 번 정도는 오른쪽 가슴을 잘 물어주어서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은 ‘쮸쮸베이비’라는 보조기를 붙이고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아이 잇몸이나 눈을 찌르지 않을런지 걱정하면서 사용하느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쓰다 보면 아이가 이유 없이 뱉어버릴 때도 있어서 (그래놓고 ‘어디갔어!!!’라는 듯이 신경질을 또 낸다…), 보조기에 고여 있던 모유가 옷에 주르륵 흘러버리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그에 반해 분유를 먹일 때는 세상 평화롭다. 그냥 분유를 더운 물에 태워서 젖병을 물리기만 하면 끝이다. 아이는 눈까지 감고 꿀떡꿀떡 자기 페이스로 분유를 마시고, 나는 그저 ‘인간 젖병 홀더’ 역할을 해주면 된다. 가끔 재채기를 할 때나 살짝 빼주고 입가를 닦아줄 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일주일이 흐른 후에야 모유수유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꾼 케이스라, 가장 고통스럽다는 ‘혼합 수유’의 길을 걷고 있다. 모유를 30분 정도 물리고 나서, 부족해 보이는 양을 분유로 70ml 정도 바로 보충해 준다. 

분유만 주면 5분이면 끝날 수유를, 30분 동안 아이와 씨름하며 젖을 물리고 그 다음에 또 분유를 타서 마저 먹여주어야 수유가 끝난다. 엄마 젖을 찾고 빠는 것이 포유류의 본능이라는데, 왜 아이는 젖을 찾지도 못하고 자꾸 엉뚱하게 하늘로 고개를 돌리며, 잘 먹다가도 퉤 뱉어놓고 짜증을 부리고, 먹다가 또 잠이 들어버리는 걸까? 


몸이 너덜너덜한데, 그러고보니 이를 스스로도 간과하고 지내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도넛방석 아니고서도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도넛방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치핵이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말을 오늘 처음 들어서 좀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음부가 아예 싹 나은 것은 아니다.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욱씬거리거나 무언가에 베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무조건 덧날 것 같은 찜찜한 느낌도 있다. 

손목에는 방심한 사이에 통증이 찾아왔다. 가끔 생각나면 차고 있던 손목 보호대를 이제는 거의 24시간 내내 차고 지낸다. ‘미니 깁스’처럼 여기고 있다.

치골은 이따금 그냥 아프다. 왜 아플까?


아이가 게워냈다. 

밤 12시에 수유를 하고, 트림 시키고, 10분 동안 안았고, 스와들업도 싸매주고, 그런 다음에 침대에 눕혔다.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눕히는 게 좋다는데, 지금이라도 자세를 고쳐줄까?’

‘자세 고치려다가 잠을 깨려나?’

‘등받이가 너무 위쪽으로 올라왔나?’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쪼로록 게워냈다. 

맘카페를 찾아봤다. 다들 그냥 아침에 일어나보면 게워낸 흔적이 있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아이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임신 시점부터 계속 하게 된다. 

임신 중에는 조산기 때문에 누워서만 지냈다. 28주에 아이가 나오면 니큐에서 버틸 수 있을까, 38주를 못 채우고 나오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달고 살았다. 

출산 시에는 아이가 숨을 안 쉬어서 마취와 힘주기로 정신 없는 때에도 몹시 당황했다. 그 날 밤이 되어서야 무섭고 걱정했던 감정이 비어져 나와서 펑펑 울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나니, 이제는 아이가 조금만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혈색이 안 좋아 보여도 마음이 쓰인다. 아무 이벤트 없이 임신과 출산을 겪어냈다면 이 정도로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하루하루를 더 살아내고 건강하게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일이다. 아마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 인생에서 어떤 일들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전혀 대비할 수 없는 종류가 있다. 

그저 삼신할머니께 의탁해야지.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Ana Tablas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엄마가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