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재계약을 앞두고
여주로 이사온지 2년이 다되어가서 재계약을 할지 이사를 할지 결정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사실 대도시에서만 28년 넘게 산 사람으로서 이 도시는 어딘가 심심하고, 사람 만나기에도 쉽지 않은 환경으로 느껴졌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남한강이 아름다워보이고, 사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그림 그릴 때도 영감을 받곤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가고, 사계절을 다시 겪으면서 다 똑같아 보였고, 강남까지 대중교통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아야 2시간 걸린다는 것과 청년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벽으로 느껴졌다. 3년전 퇴사를 하고, 중간 중간에 알바나 일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정말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달려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11월 내내 매주 전주로 왔다갔다하면서 여주에는 기차역이 없고, 시외버스만 있다는 사실이 조금 버거웠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여기에서는 도무지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대부분 내 또래는 유부남이거나 커플이 대부분이고, 솔로 청년 남성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면 산책을 하러 나가는 습관이 있는데, 그 날도 별 생각없이 꽁꽁 싸매고 나갔다. 그런데 탁트인 남한강과 갈대밭을 보는데, 내 마음이 뻥 뚫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이 도시에서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언제든 산책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잘 안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 여주의 공기를 느끼고, 햇볕을 바라보고 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이 도시가 나에게는 가장 잘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하고, 분주함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왠지 그래야할 것 같기도 해서 마음속 어딘가 불편할 때가 있다. 그저 조용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누군가 찾아오기도 힘든 이곳이야말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꺠달았다.
그리고 이 한적함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나의 영혼육이 모두 튼튼할 수 있다는 것과 그렇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 같은 이 곳이야말로 실은 내가 보호받는 곳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사를 왔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시작되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집 계약을 2년 연장한다고 집주인분께 말씀드렸고, 내년에는 색다른 도전들을 해보려고 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개척해보려고 한다. 사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한 걸음씩 가다보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2025년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