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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기억을 품은 원두, 물의 속도를 배우다

다크로스트 한 잔이 알려준 분쇄도의 비밀

by 글은



콜롬비아 후일라 카투라–콜롬비아–카스틸로 슈가케인 디카페인 100%.





원두의 색이 유난히 짙었던 걸로 봐선 꽤 심한 다크 로스팅이었던 듯하다. 그런 다크 로스팅이라 그런지, 뚜렷하게 드러나는 맛은 없었다. 탄향이 짙게 깔린, 묵직한 잔이었다.

강배전 원두를 사용해서 브루잉을 해보았다.

그라인더 굵기 3단계, 원두 30g, 총 450g 추출.

도징량의 2배만큼 뜸을들이고

나머진 95그램을 나누어 진행했다.


그런데 예전보다 커피가 훨씬 느리게 내려왔다.

어딘가 막힌 듯,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5분이 넘게 걸렸다.


‘예전 원두는 괜찮았는데, 뭐가 달라진 걸까?’

그때 문득, 배전도가 분쇄도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찾아보니, 그건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라이트 로스팅(약배전)은 원두 내부 구조가 단단해 같은 세팅에서도 입자가 굵게 남는 반면,

다크로스팅(강배전)은 조직이 약해 쉽게 부서지고 미분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즉, 배전도가 높을수록 조금 더 굵게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적로 1~2단계는 굵게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라인더를 1단계올린 4.25로 조정했다.

다시 추출하니, 이번엔 3분 52초.

레시피는 동일했지만 흐름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아마 5단계 정도로 더 굵게 갈면, 이 원두의 숨은 맛이 조금 더 드러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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