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금이 지나도, 향이 사라지지 않았다.
입안 어딘가에 남아, 천천히 번져갔다.
산미 있는 커피는 그렇다.
마시는 순간보다, 삼킨 뒤가 더 오래 남는다.
그 여운은 시간이 닿지 않는 곳에 머문다.
첫 모금은 대개 선명하다.
혀끝에 닿는 산미가 또렷하고,
코끝을 타고 오르는 향이 마음을 느슨하게 한다.
그 뒤엔, 은은한 온기처럼 맛이 스며든다.
말을 멈춘 순간처럼 고요하지만, 확실하게 채워지는 시간.
반대로, 고소한 커피는 직관적이다.
한 모금이면 곧장 맛이 닿고, 설명이 필요 없다.
단숨에 채워진다.
그 편안함이 좋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
순간의 만족은 길게 이어지지 않고,
기억은 점점 옅어진다.
나는 여운이 있는 커피가 좋다.
마시고 난 뒤에도 마음 한쪽을 은근히 데워주는, 그런 맛이 좋다.
그래서일까.
여운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오래 기억하게 된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목소리와 표정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번지는 사람.
그리고, 나도 여운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쳐도 오래 기억되는 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