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MBA, 다시 공부하는 삶
내 이름 옆에 ‘석사과정 재학 중’이라는 한 줄이 붙는다.
주말이면 교재를 꺼내고, 평일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사이에서 아이를 재우고, 일터에서는 여전히 책임을 지고.
이 모든 걸 견디며 얻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나중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요즘 자주 스스로에게 묻는다.
“학위가 경력이 될 수 있을까?”
학위란 한 사람의 노력을 증명하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결과’를 위한 여정은 아니다.
이건 나를 다시 갱신하는 시간이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시간이다.
직장에서는 실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속도, 명확성, 실질적인 결과.
하지만 대학원 강의실 안에서는 느림, 질문, 불완전한 대화가 오간다.
그 둘 사이를 오가면서 나는 점점 더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조직은 언제나 변화한다.
인사제도도, 채용 전략도, 평가 기준도 해마다 새로워지고 때로는 그 변화에 따라 나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 안에서도
바뀌지 않아야 할 건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일의 본질을 지키려는 태도’
그걸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다시 공부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 내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학위가 경력이 되느냐는 질문은 어쩌면 이렇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배움은 나를 더 좋은 동료로, 더 균형 잡힌 리더로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이 과정을 통해 바라는 건 더 좋은 직함이나 스펙이 아니라
더 깊이 사람을 이해하고 조직의 한 조각으로서
조금 더 ‘제대로 존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건 ‘경력’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크고 조용한 변화다.
이 과정을 지나며 나는 예전보다 질문을 더 자주 던진다.
그 질문이 어쩔 땐 조직 안에서 불편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평가해야 하죠?”
“정말 이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할까요?”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나요?”
하지만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그 질문을 끝까지 붙잡는 태도, 그게 바로 이 배움이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다.
졸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은 지치고, 가끔은 ‘이걸 왜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와 아내가 잠든 밤 PPT를 켜다 말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때면 내가 감당하고 있는 모든 이름들 — 직장인, 학생, 부모, 동료 — 그게 다 조금씩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조직에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안했을 때, 동료들이 “이건 괜찮은데요?”라고 말해주었을 때,
그때 나는 알았다.
‘아, 지금의 공부는 분명히 내 삶 안으로 들어오고 있구나.’
학위가 경력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 배움은 내 삶에 쌓이는 감각이고,
그 감각은 언젠가 반드시 사람과 조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