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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Sep 19. 2022

캐나다는 왜 Community를 강조할까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4일 차

 오늘은 5시 30분 쯤 일어났다. 점점 시차에 적응되어 가는 느낌이지만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아침을 사러 T&T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해산물 코너만 해도 우리 동네 이마트보다 훨씬 큰 느낌이다. 이게 지하철 역사에 붙어있는 마트라니...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중국 만두를 샀다. 점심으로 먹을 틈새라면도 샀다. 여기선 아무래도 맵다고 하는 것들이 한국인에겐 부족하기 때문에, 제일 매운 것으로 골랐다.


 먹음직스러운 무늬가 펼쳐진 만두가 여러 종류 있었다. 직원에게 어떤게 가장 인기가 많냐고 물어본 뒤 자신있게 4개나 사왔는데 후회했다. 돼지고기 BBQ 만두가 이렇게 달 수가 있을까.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지내는 형님에게 하나 드려보았더니 그 분도 한 개가 딱 적당하다고 하셨다. 이렇 듯, 여기서 구매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상상과 다른 맛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밴쿠버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Raincouver 라는 별명을 가졌을까. 그 때문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장댓비가 주구장창 내리지는 않고, 소나기보단 중나기 같은 비가 쏟아졌는데 조금 지나가 금새 해가 비췄다. 마치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처럼.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지만, 지금 지내는 게스트하우스에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밋업(MeetUp)의 존재였다. 한국의 소모임 같은 어플인데, 이걸로 다들 만나서 놀고 한댄다. 그래서 이 날은 밋업에 나가보기로 했다. 모임의 이름은 New to Vancouver 20s/30s


 Main St.에 있는 London Pub 에서 모임이 진행됐다. 8시부터 시작이었으나, 나는 낮잠때문에 늦어 8시 30분에 도착했다. 듣기로는 Hasting St. 와 함께 Main St. 도 위험하단 얘기를 들어서 살짝 쫄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펍에 들어와서 다짜고짜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메뉴 제일 위에 있는 생맥주를 주문했는데, 팁 포함 10달러나 되어서 당황했다. 딱 봐도 밋업일 것 같은 무리가 가게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괜히 주눅들어서 얼타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리차드라는 사람이었다.


 펍에선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든다. 신나는 노래가 들린다. 술을 먹으니 사람들 발음이 뭉개진다. 그러니 안그래도 못 알아듣겠는데 도통 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리차드와 친구들이 떠나가고, 앞에 있던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옆에 있던 일본인과 캐내디안(엘리)이 말을 걸어줬다.


 아시아라는 관심사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중국계 캐내디안(제니)과 방글라데시안(일람)이 합류하고, 백인은 떠났다. 얼마 있다가 갑자기 방글라데시안이 말했다. (물론 영어로)


"나 지금 다른 미트업 갈건데, 나이트 클럽이야. 조인할래?"


 그렇게 나머지 세명은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가게 된 클럽은 '레벨즈'라는 곳이었다. 이 곳의 클럽들은 입장료를 받는데, 우리는 미트업 참석자여서 면제 받았다. 들어가기 전에 신분증을 보여줘야하는데, 신기한게 여기선 여권을 스캔한다. 소지품 검사도 한다! 반입금지 물품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함인 듯 했다. 한국과 비슷하지만 노래가 그리 크지 않았고, 사람들도 적고, 바에선 샷과 맥주를 팔았다. 서로 대화하는 느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역시 사람사는 곳이란 똑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람이 적었던 이유는 입장시간 즈음이라 그런 것이었고, 점점 사람이 홍수난 것처럼 몰려드는데... 한국과 똑같이 놀았다. 단, 성비가 한국보다 양호했다. 나는 클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구석에서 그냥 구경했다. 그리고 역시 클럽이라 그런지 멋 좀 부리시는 분들이 막 왔다. 이게 입체감이구나, 이게 3D구나 몇 번 감탄했는지 모르겠다.


 1시 쯤 클럽에서 나와 24시간 카페에 갔다가 집에 왔다. 2시 30분 쯤 되었는데도 안전하다는게 신기했다. 나이트 버스도 잘 다녀서 우버 없이 집에 올 수 있었다.


 일람은 37살의 방글라데시인이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일했다길래 물어보니 삼성전자에 7년 있었다고 한다. 살면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 나날들은 없었다고... 제니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다음에 만나면 자신의 마스터피스를 보여준다고 했다.




 밴쿠버에서 길을 걷다보면, 이곳저곳에서 Community 라는 단어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왜 갑자기 커뮤니티를 강조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몇몇 사람들을 만나고, MeetUp에 참여해보니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캐나다는 결국 이민국가이고, 이민 온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이국만리에 정착한 외톨이다. 특히나 밴쿠버는 이민자가 많은 도시다. 인간이라는 단어처럼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살 맛이 나기에 서로 의지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Community를 강조함으로써 국민을 연합하고, 미시적으로는 외톨이들끼리 만남으로써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MeetUp의 모임 소개에는 'Don't feel lonely in Vancouver'라는 말이 적혀있었을 정도이니.


 여기 온 이래로 운동을 한 번도 못했다. 내 아까운 운동능력... 다음엔 복싱 모임에 나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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