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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Sep 24. 2022

집 없이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찾나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8일 차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매월 1일에 입주한다. 즉, 1일까지 집을 구하지 못하면 또 한 달을 기다려야한다. 드물게 올라오는 15일 입주 매물이나, 즉시 들어갈 수 있는 매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일주일 조금 더 남은 시간에 마음은 더 촉박해져왔다. 캐나다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조여오던 족쇄가 목까지 올라오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시차적응이 되었어도 여기 와서 잠을 오래 잔 적이 없다. 몸이 피곤해도, 늦게 자도 아침 5~6시면 눈이 떠졌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만 몽롱히 쌩쌩한 그 기분은 달갑지 않다.


 하루의 일과가 부동산 사이트 새로고침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는 새에 올라온 방이 없나 찾아본다. 밥을 먹을 때도, 약속을 나갈 때도 시간만 나면 폰을 들여다본다. 중국인 사이트로도 모자라서 숙소에 있는 일본인에게 물어 JPCanada 라는 일본인 사이트도 모니터링 목록에 추가했다.


 어제 숙소에 누나 한 명이 들어왔다. 나처럼 아무 것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떠나온 사람이었다.


"집 구하셨어요?"

"아뇨... 그런데 저 우밴유에서 알게된 사람이 있는데, 내일 여기 온대요. 그 분이랑 룸메이트 할까 생각 중이에요."

"어... 그럼 저도 혹시?"


 오늘, 몸 좋은 형님이 들어왔다. 어릴 적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영어를 잘했다. 확실히 언어가 되니까 방을 자신감 있게 찾았다. 내가 메일이나 문자를 넣고 기다린다고 뷰잉 하나 못다녔는데, 이 형은 같은 사이트에서도 바로 전화해서 당장 뷰잉을 보러 나갔다. 아 이렇게 해야하구나! 그 형이 전화에 자주 사용하는 문장들을 훔쳐 적용했다.


 "I saw your listing on (사이트 이름). I'm really interested in viewing your room." 등등


 그렇게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을 봤더니 정말 피곤했다. 머리를 식히려 낮잠을 잤는데, 5시간을 자버렸다. 하루가 갔다. 안정적으로 묵을 곳이 없다는 건 진실로 힘든 일이다. 이렇게 먼 나라에선 더더욱이. 여유가 넘친다는 도시에 왔는데도 즐기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일. 한국 집 주변 목욕탕에 가서 몸을 담그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어서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었다. 큰 위로가 되었다. 아래는 우리 집 강아지 케로베로스(줄여서 케로). 잘 지내나 싶어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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