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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Sep 27. 2022

BC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가보다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9일 차

 무엇 때문인지 아침마다 라면이 땡겼다. 건강에 좋지 않은데 자꾸 반복하게 된다. 아마 마땅한 반찬이 없어서 그럴 지 모르겠다. 한국 김이나 오징어 젓갈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룸메이트 형이랑 장을 보러 가서 루트비어를 사왔다. 한국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호기심에 잔뜩 사왔는데, 달달한 멘소레담을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먹게 된다. 옆에 컵누들은 나의 라면 생활에 베리에이션을 준 것인데, 옛날 일본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 사와봤다.


 이전에 다운타운 투어를 시켜주셨던 형님이 애드먼튼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이것저것 신경도 정말 많이 써주시고, 주변 지인들 통해서도 집을 알아봐주셔서 너무 감사한 인연이다. 모습을 기억으로만 남기는게 아쉬워 씻지도 않은 몰골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두 달 정도 뒤에 다시 올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버나비 중심에 위치한 메트로센터역에 처음 가보았다. 이전에 클럽에서 만났던 한국인이 이곳에 혼자 쇼핑을 간다길래 따라와봤다. 높은 빌딩들이 서있고, BC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있으니 왠지 한국 같았다. 그래서인지 뭔가 정겨웠다. 타국을 경험하고 싶어 떠나왔음에도 괜히 한국 같은 곳을 찾게 되는 듯 하다. 백인이나 흑인보다 아시안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본능이지만 최대한 절제해야겠지.


 룸메이트 형은 주변에서 뷰잉을 다니고 있었다. 우연히 둘 다 시간이 남아 주변에 있는 크리스탈몰이라는 곳에 가보았다. 모두 중국인들과 중국가게들. 심지어 1층은 한국의 재래시장 같은 곳이었다. 출출하다 싶어 함께 음료를 사먹었다. 나는 거기서 추천 1순위인 파인애플 스파클링 주스(?)를 먹었는데 7~8천원 정도로 비쌌지만 고급지게 맛있었다. 매번 랜드마크라고 자연만 보다가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에 오니 지적 욕구가 충전되는지 재밌고 뿌듯했다.


 전세계 어딜가나 중국인들이 있고, 그곳에서 그들의 문화를 유지하며 사는 것을 보면 인구가 정말 중요하단 생각을 한다. 고향을 떠나도 항상 동포와 문화가 있으니 적응하기 수월하겠지. 언어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나는 가끔 영어권 사람들의 느낌도 궁금해진다. 외국인이 나와 같은 언어를 써...? 한국인인 나로썬 그다지 상상이 안가는 일이다.


 앞서 말했지만 메트로타운 쇼핑센터는 BC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이런 곳에 애플이 빠질 수 없지. 한국에서 아직 출시하지 않은 아이폰 14를 보았다. 프로는 노치가 사라진 모습이다. 사실 시간이 흐르며 휴대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된 이후부턴 신제품들에 관심을 잃었다. 일반인에게 성능으로 어필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나 카메라에 집중할 때부터랄까. 그래도 한국엔 아직 없어서 이것저것 만져보긴 했다.


 온갖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 브랜드들도 있었다. 어떻게 있는지 가장 궁금했던 샵은 아트박스. 매장에선 하트브레이커가 나오고 있었다. K-Pop 클래식 뭐 그런건가


 보드게임을 파는 가게 구석에 술게임 완구가 있었다. 역시 사람사는 곳이란... 심지어 표지를 보니 샷잔이다. 데스룰렛이 분명하다.


 이 곳은 할로윈을 한 달 전부터 준비한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정말 던전앤파이터(...)에서나 보던 잭오랜턴 호박을 진열해놨다. 크고 동글동글한게 머리에 쓰기 딱. 조금 무섭게 생기기도 했고. 같이 온 친구가 이거 파내서 할로윈 때 쓰자고 했다.

 처음 복권을 사봤다. 왼쪽 Your Symbols 를 긁으면 여러 그림들이 나오는데, 오른쪽 한 줄 안에 그림들이 모두 왼쪽에 있으면 당첨이다. 당첨 금액은 PRIZE를 긁으면 있다. 당첨이 되었다면 6 CHANCES TO WIN을 긁어 바코드를 기계에 인식하면 끝이다. 두 개 사서 하나 친구 주고 긁었는데 친구가 5달러에 당첨되었다. 근데 내가 사줬다며 그냥 줬다. 음... 1달러 이득봤다.


 주변에서 저녁으로 마라탕을 먹었다. 나는 마라의 얼얼하고 맛을 좋아하는데 한국 마라탕들은 그러지 않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여긴 역시 나라 자체가 세계 음식 전문점인 만큼 얼얼해서 좋았다. 그리고, 한국은 고기를 제외한 음식들을 담은 뒤 고기를 150g 정도 비싸게 따로 받는데 여긴 모두 함께 받는다. 덕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버스를 탔다. 너무 피곤해서 잠시 졸았는데 앞에 사람이 랑그라 역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구글맵을 보여주었더니...


"한국인이세요?"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무슨 이유에선지 여기 와서 단번에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다. 보통 들어보면 Korean Hairstyle이라고 말한다. 길게 앞머리는 내리는 스타일. 근데 이 사람은 조금 달랐다.


"상태바에 카카오톡이 있더라고요. 근데 저 몇 살처럼 보여요?"

"28살...?"


 이제보니 한국 나이로 19살(...)이었다. 고멘!!!!!!


 집에 오는 길에 주류점에서 위스키를 사왔다. 한국에서 와일드터키 101은 보통 5~6만원에 파는데, 여긴 세금 포함 4만원 정도 했다. 아무래도 아메리칸 위스키라 유통비가 덜 들기 때문이지 싶다. 바닐라, 카라멜 맛과 체리스러운 맛이 느껴졌다. 이정도 위스키가 4만원? 한국이었으면 집에 쌓아놓고 먹었을 듯 싶다. 이 숙소를 떠나기 전에 이 위스키를 모두 해치워야하는데 어떡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한 잔 씩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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