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2일 차
아침에 일어나도 해야할 일이 없었다. 어제까진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올라온 매물들을 본다고 여념이 없었는데 말이다. 왠지 날씨도 평소보다 더 좋은 것 같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룸메이트 형과 스타벅스에서 아이스커피를 사먹었다. 여기 와서 처음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계열. 약 5초 간 속이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입 속에 한국이 펼쳐졌다.
수능이 막 끝난 고등학생처럼 아무 것도 할 게 없어 산책도 좀 다녔다. 솔직히 말하면 할 게 없다기 보단 늘어진달까. 어학원 알아보고, 링크드인 리뉴얼하고, 일자리 알아보고, 레쥬메 쓰고, 미트업 하고, 운동하고, 뉴스 보고... 얼마나 많아? 오히려 시간이 부족해야하는데 괜한 보상심리에 무료함을 즐기는 것 같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Robson St. 에는 한식당들이 군데군데 있다. 홍대포차(술집), 수라(한정식), 북경반점(중화요리), 남산(국밥) 등등... 우연히 알게된 '닐'이라는 튀르키예 친구와 수라를 가보았다. 하나님 맙소사 어떻게 된장 찌개가 21달러인가요? 감자탕과 갈비탕이 25달러인데... 뭘 먹으려해도 손이 덜덜 떨렸다. 그나마 갈비탕이 돈이 덜 아깝게 느껴져 주문했다.
역시 고기가 싼 나라라서 그런지 고기가 듬뿍 나왔다. 오히려 야채가 많이 들어간 음식들이 더 비싸게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외국인을 따로 둘이서 보는건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을 했기 때문에, 한식당을 간 것은 꽤 좋은 선택이 되었다. 할 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류의 영향 덕분인지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네이티브만할까.
좋은 바가 있다고 만나기 전부터 얘기 해서 따라 가봤다. 나는 펍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앉아서 조용히 먹는 술집이라 의외였다. 영어 듣기엔 좋았는데, 조용한 만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했기에 머리가 터질 뻔 했다. 6시간은 내 뇌의 외국어 영역에 과분했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은 멍만 때렸다.
이 친구는 UBC에 다니는 캐나다인...이었다. 튀르키예인 아니냐고? 튀르키예인도 맞다. 여권을 총 4개 가지고 있었다. 북키프로스, 남키프로스, 캐나다, 튀르키예. 그래서 세금도 총 4군데에 낸다고. 다운타운 한가운데 3베드룸 콘도에 산다는데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걸까? UBC면 머리도 좋은데... 어나더 레벨이었다. 신기한 경험 그 자체.
집에 오는 길에 오래된 자동차를 보았다. 나중에 저런 차를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