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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04. 2022

밴쿠버에 와서 가장 많이 웃은 날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5일 차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고 오후 1시 쯤 어학원에 찾아갔다. 밴쿠버에서 꽤나 큰 학원이여서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보니 어디선가 수업 끝난 캠퍼스처럼 대학생 이미지의 아시안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 그 발원지가 내가 가려고 했던 어학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때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학원 내부는 물론 입구쪽 거리에서도 한국인과 일본인들만 잔뜩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어학원은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들리는 언어조차 모두 그들의 모국어였다. 가격과 커리큘럼이라도 알아보자며 카운터에 물어봤더니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보다 조금 더 비쌌다. 교실도 한번 둘러봤는데, 그냥 영어학원 그 자체. 표정들이 다들 어두웠다. 나는 실망감을 가득 안고 출입문을 나섰다.


 "형, 심심한데 저기 사람들한테 말이나 걸어볼까요? 점심 메뉴 추천도 좀 받고."


 학원 건너편 광장 같은 곳에서 아시안들이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역시나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자기네 언어하면서 놀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 영어로 학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이 곳에 온 지 한 주 됐다고 한 일본인은 그냥 그렇다고 했다. 온 지 1주일에다 표현을 조심히 하는 일본인인데 그냥 그렇다고 하면... 별로라는 말이겠지. 점심 메뉴 추천 받고, 인스타 맞팔하고 땡큐바이~.


 위 사진은 숙소 오는 길에 사먹은 애리조나. 옛날에 한국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 사봤는데 여전히 맛있었다. 아무쪼록, 미트업이나 어플로 친구들 만나 영어하는게 훨씬 도움될 것 같아 어학원 생각은 접었다.


 점심으로 A&W에서 버거를 먹었다. 이 나라 사람들 몸에 나쁜 맛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루트비어도 한 잔 때려줬다.


 숙소에 돌아오니 함께 지내는 친구가 아랍식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카타르에서 다녀서 그런지 이런데에 빠싹했다. 산가크(Sangak)라는 빵을 사와서 팬에 살짝 구운 뒤, 훔무스(Hummus)라는 콩 스프레드와 타프나드(Tapenade)라는 소스를 빵에 발라 먹었다. 한 번 먹어보고 언제 이렇게 먹는 법을 알게 되겠냐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끼니를 무엇으로 떼울지는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특히나 나는 음식에 욕심이 별로 없어서 더 어렵다. 먹고 싶은 건 없는데 배는 고프고 영양분은 골고루 챙겨야 하니 머리 아픈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던 와중에 형이 하는 말.


"연어 초밥 해먹을래?"

"(이거다...!)"


 꿀잼 콘텐츠 발생. T&T에서 연어와 와사비를 샀다. 세척 및 손질된 연어 1파운드(약 450g)가 12불 정도로 한국보다 2배 정도는 저렴했다. 청포도도 사고 주류점에 들려 사케도 한 병 샀다. 집에 돌아와 식초 2 : 설탕 1 : 소금 1 비율로 초밥을 만들고, 연어를 칼로 잘라 얹었다. 그리고 입에 넣었다. 구강 내에서 펼쳐지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의 향연.


 주류점에서 사온 월계관 준마이를 머그컵에 담아 전자렌지에 돌렸다. 따로 담에 중탕할 병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먹는 이렇게 따뜻한 술. 즐거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니 너무 재밌었다. 심지어 중간에 다른 아주머니께서 엄청 좋은 소고기를 주고 가셨다. 야무지게 구워 와사비 올려먹으니 세상에나...


 아마 이 날이 밴쿠버에 온 이후로 가장 많이 웃은 날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맛있게 먹고, 정말 잘 잤다. 모든 과정이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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