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원 Oct 03. 2022

해외생활 1년이면 그래도 길죠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3일 차

신라면 새우맛이 있다는 첩보를 주워듣고 바로 공수해봤다. 소고기국 베이스의 신라면에 새우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결론은 고급진 새우탕이었다. 그런데 새우맛이 정말 쌔다. 나중에 돼지고기도 볶아 넣어보고, 소고기 기름에도 끓여보고, 계란도 넣어봤는데 새우가 모든걸 이겨냈다.


 한국에선 하루에 2~3시간 씩 복싱과 웨이트를 병행했다. 나는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체질인데, 복싱이라는 근지구력 운동을 하다보니 하루에 3~4천 칼로리를 섭취했다. 하지만 밴쿠버에선 집이 없으니 복싱장이나 헬스장을 등록할 수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 환경도 낯설고 운동도 못하니 자연스레 식사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없어 저녁마다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그 스트레스의 원인은 아무래도 불안정한 마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진 "해외생활 1년이면 그래도 길죠~"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1년으론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2주 가까이 집도 못 구한 채 매일매일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바보였다.


 정말 행운이게도 숙소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집을 구했다. 정착할 곳이 생기니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안정되니 몸을 건강히 할 마음이 생겨났고, 룸메이트 형과 숙소 앞 공원에서 워크아웃을 했다. 철봉 하나 쯤 있을 줄 알았는데 잔디밭과 애들 놀이터 밖에 없었다. 이렇게 안전하게 놀아도 되는건가. 우리는 정글짐에서 굴러 떨어지고, 구름사다리에서 추락하고 그랬는데.


 룸메이트 형은 피지크 선수라 근지구력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슴은 푸쉬업과 인클라인만 했다. 대신 하체를 내 프로그램따라 스쿼트, 점프스쿼트, 별따기(까치발로 점프 스쿼트), 로테이션 별따기(180도씩 돌면서), 워킹런지까지 했다. 온 몸에 피가 돌면서 그간 쌓여온 스트레스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것 같았다. 가쁜 숨을 몰아시며 잔디밭에 누웠다. 게토레이가 정말 먹고싶었다.


 숙소에 들렸다가 게토레이 사러 가는 길에 하늘을 찍었다. (아직까지는) 늘 좋은 날씨지만, 유독 더 예뻤다. 내일은 또 무얼 해야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이름, 나이, 고향의 친구를 해외에서 만날 확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