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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05. 2022

드디어 국밥을 먹어보았다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7일 차

 앞서 말했지만, 이 동네는 정말 놀게 없다. 할로윈도 아마 그래서 정말 인기가 많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 한 달 전부터 준비할 정도로 큰 행사라고 하더라. 이 날은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 가는 길에 할로윈 장식 판매점이 있어 들렸다. 온갖 기괴한 것들이 많은 가운데 김정은 가면이 눈에 띄었다.


 이 동네 외식비는 정말 비싼데, 유일하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게 피자다. 지금 보이는 피자 한 조각이 4천원 정도다. 치즈도 듬뿍 들어있어서 한조각 먹으면 배가 꽤 찬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건강한 것들이 저렴한데, 여긴 건강하려면 돈이 있어야한다. 오히려 몸에 나쁜 것들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밴쿠버 공립 도서관 (Vancouver Public Library) 는 3일 차에 올린 적이 있다. 신기하게 다양한 언어의 책들을 구비해놓았다. 만화책이 꽤 많았고, 관상책 같은 것들도 있는게 꽤 인상적이었다. 무슨 기준으로 책을 가져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나 '부모가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50'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링크드인 프로필을 만들어야했기에 책은 고르지 않았다. 함께 온 친구가 고른 책인데, 착한 친구이니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된다 ^^;


 도서관이 늘 그렇지만 별별 콘텐츠가 다 있었다. 음악, 영상, 다양한 책들... 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건 캐나다의 모습을 담은 마이크로필름이 1800년대 기록부터 있다. 심지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것. 우리나라도 기술이 일찍 들어와 그렇게 기록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3시간 정도 온 정신을 쏟으니 힘이 들었다. 한국인 친구도 앞에 있겠다... 국밥에 소주나 먹을까 하다가 소주 가격을 생각하며 겨우 참았다. 그래서 Robson St.의 술을 팔지 않는 국밥집에 가보았다. 나름 구글에서 가장 점수가 좋았던 식당. 순대국을 먹을까 하다가 돼지국밥을 골랐다.


 그런데... 보이는가? 저 배추... 국밥에 배추라니... 잘 보면 양파도 보인다... 내가 생각한 국밥이 아니었다. 들깨배춧국에다가 고기를 넣은 느낌이랄까... 너무 충격적이어서 다 먹지도 못했다. 밥을 반 정도만 말고 나머지는 그냥 김에 싸먹었다. 술은 생각도 안났다. 술 생각 안나는 국밥이 말이 되나. 가격은 15달러. 앞으로 밴쿠버에서 국밥은 쳐다도 보지 않기로 했다. 한국이었으면 여기 국밥 한그릇 가격으로 국밥에 소주 두 병은 먹을 수 있었겠지...?


 사실 여기 와서 로컬 서빙잡 같은 걸 할 생각이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서 인턴을 하고 싶다. 막상 이렇게 하려니 레쥬메부터 CV, 면접까지 산 넘어 산처럼 느껴진다. 겨우 집 구해서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도통 쉬운 일이 하나 없다. 슬슬 다시금 압박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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