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8일 차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는 롤을 많이 먹는다. 우리가 흔히 초밥이라고 생각하는 니기리의 형태는 무슨 이유에선지 비싸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고 말이다. 사진 속 롤 한 팩이 6천원 정도니 훨씬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다.
이 날은 저번에도 만난 터키 친구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다 줬다. 망고젤리와 일본 마이쮸였다. 귀여워서 올려봄! 홍대포차에서 김치찌개에 주먹밥을 먹을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김치찌개, 주먹밥, 소주 두병에 6만원을 태우는건 아니다 싶어 옆의 '고수'라는 곳을 왔다. 물론 여기도 가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음식이 좀 더 내 생각에 합리적일 뿐.
나는 곱창전골의 스몰 버전인 곱창탕을 주문했고, 친구는 소고기비빔밥을 주문했다. 나는 국물을 한 입 먹어보자마자 소주를 따랐다. 역시 국물요리는 이래야지. 어제 국밥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실 참이슬 후레쉬도 정말 오랜만에 먹어서 눈물이 두 배로 날 것 같았다. 보통 한식당들은 한국인 서버를 쓰기 때문에 한국어로 주문이 가능한데, 그래서인지 소주에 곱창전골을 먹으니 정말 한국처럼 느껴졌다. 간만에 향수가 느껴졌다. 대체 여기 이민 온 사람들은 어떻게 고향 생각을 참아내는걸까?
오늘은 친구가 자기 집에 초대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롭슨 스트리트 옆 고층 콘도에 혼자 살았다. 들어가서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주방, 거실, 시팅룸 합치면 내가 새로 들어갈 집 크기나 나올 것 같았다. 거기에 방이 몇개야... 하나님 맙소사.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선 그 많은 사람들이랑 화장실 쉐어해? 오마이갓" 친구가 말했다.
"그냥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가족끼리도... 오마이갓"
그러니까... 이런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의 가정 환경이라는 방증. 발코니에서 노스밴쿠버가 볼 지경이면 말 다 했다. 한강뷰보다 더한 태평양 뷰... 역시 취미로 순수예술 하는 사람은 달랐다. 더 얘기하고 싶지만 자본 찬양자가 될 것 같아 참는다.
함께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 K-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나도 봐야할 것 같다. 그러면 말 섞기가 좀 편하지 않을까. 이거 봤어? 이거는? 하면서 묻는데 다 모른다고 하니 조금 그렇다. 친구가 사준 맥주를 잔뜩 먹고 막차 타고 집에 왔다.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을 체험해버렸다. 너무 높이 있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연히 친구의 집에 기타가 있어서 약 2주 만에 잡아 보았다. 얼른 하나 사든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