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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04. 2022

같은 이름, 나이, 고향의 친구를 해외에서 만날 확률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14일 차

 어플을 통해 알게된 일본인 친구 수주네(Suzune)를 만났다. 자기는 여기 처음 왔을 때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에 갔었다고 가보자고 했다. 다운타운에 있는 그랜빌 역에서 만났다. 출구가 여러 곳 있어서 조금 헤맸는데, 어떻게 잘 만났다. 이후 시티센터 역 앞으로 걸어가서 50번 버스를 탔다.


 저기 멀리 보이는 네온사인이 그랜빌 아일랜드 입구 정도라고 보면 된다. 조금 더 들어가면 사진처럼 요트들이 쫙 정박되어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좀 유명한 곳들의 공통점이다. 안쪽에 정박해놓으면 어떻게 빼낼까? 도선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걸까.


 아무 것도 없는 다른 밴쿠버의 명소들과 달리 여기는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이라는 시장 겸 예술촌이 있다. 소세지, 빵, 치즈, 육포, 생선, 장난감 등등 없는 가게가 없다. 어떤 식료품점에 가도 드는 생각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이 나라에 파는 음식들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다. 그냥 나라 자체가 세계 음식 전문전문전문점이다.


 처음으로 세로 사진을 올려본다. 너무 예쁘다.


 젤라또와 빵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었다. 수주네와 앉아서 먹고 있었는데 어떤 아시안 무리가 다가왔다.


"사진...사진!!"

"Sure. 3,2,1... One more time..."

"감사합니다!"


 어느 나라 사람일까 궁금했다.


 수주네는 장난감을 사고, 나는 연어포를 샀다. 한국 육포의 연어버전 같은 느낌. 역시 한국인은 매운맛이라며 PEPPERED HOT을 샀다. 한국에선 보지 못하는 물건이라 뭔가 뿌듯했다. 단풍 모양도 있는게 기념품으로도 제법일 듯. 룸메이트들과 맥주 마시며 뜯어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이 외에도 줄 서서 먹는 도넛가게에 들려 도넛도 사고, 빵도 몇 개 샀다.


 수주네는 내년 2월 쯤 캐나다를 떠난다고 했다. 일본을 가기 전에 한국을 꼭 들릴 거라고 확신에 차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가끔 이렇게 무언가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고 부럽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늘 비슷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지만 정말 예쁘긴 하다. 퍼블릭 마켓 이외엔 딱히 즐길게 없어 저녁을 먹으러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수주네는 먹을 것에 엄청 진심인 사람이라 한참을 고민했는데, 우동을 먹기로 했다. 그것도 덴뿌라 우동.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내려 20분을 걸어야했다.


 수주네는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했다. Robson St. 를 걷다가 일본 제품 판매점이 보이길래 물어보니 그러자고 했다. 앞에 캡슐뽑기를 보고 있었는데...


"어... 아까!!"


 이제보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던 그 무리였다. 이제 보니 사진 찍어달라고 했던 사람이 한국인이었다. 언제봐도 반가운게 한국인이지... 하던 와중에...


"세븐틴..!?!!?"


 위 사진의 줄무늬 입은 친구 휴대폰 케이스에 세븐틴의 '준'이라는 아이돌 사진이 있었다. 수주네는 한국어를 시작한 이유가 K팝일 정도로 한국 음악을 좋아했는데, 다른 일본인이 K팝 아이돌 사진을 가지고 있으니까 눈이 돌아간 것이다. 심지어 이제 보니 그 일본인의 이름 또한 수주네였다.(이 이름은 일본에서 흔하지 않다고 한다) 나이도 같은 22살에, 똑같이 오사카 출신이었다. 갑자기 모임은 운명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잉글리시 베이에서 모이기로 했다.


 Denman St.에 있는 Akira Sushi 라는 식당에 갔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우동인가. 심지어 튀김까지... 가격도 15달러로 나쁘지 않았다. 비싼거 아니냐고? 여기서 한국이랑 비교하면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다. 수주네는 한 입 먹자마자 "우마!"를 외치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카와이네~


 제일 오른쪽의 멕시코-일본 혼혈 친구는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기록을 남겨놔야 한다면서. 우리는 두 명의 수주네를 중심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다들 피곤했는지 집 가는 것을 택했다. 사실 나도 정말 피곤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룸메이트들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화를 나눴다. 내가 사온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이거 사왔어. 먹어봐!" 오늘은 무엇을 했고, 어땠고... 하하호호 떠들었다. 사실 나의 진짜 가족들과도 잘하지 않는 이런 대화. 낯설면서도 좋았다.


 이렇게 먼 나라에서 같은 이름, 같은 나이, 같은 고향의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세상은 넓은 듯 하면서도 정말 좁다. 확률 얘기를 하니 문득 재밌는 영상이 생각났다. 아래에 첨부할테니 재밌게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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