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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06. 2022

나도 당신같은 어른이 될래요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0일 차

 10분 거리의 홀 푸드 마켓 (Whole Foods Market) 이라는 곳에 가봤다. 매장의 분위기가 유기농한 느낌이 들길래 검색해보니 정말이었다. 인공 첨가제를 포함하지 않은 유기농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 체인. T&T나 월마트 같은 곳보다 가격은 조금 더 비쌌지만 전체적으로 음식들의 퀄리티가 좋았다. 치즈, 생선, 육류, 빵, 푸드코트, 부리또, 식사류, 디저트 뭐 없는게 없다. 아니 정말 이게 유지가 되나? 이런 마트들을 볼 때마다 궁금해 미칠 것 같다. 진짜 마진이 남아요????????


 (아직까지 계획으로는) 1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 사실 좋은 가구나 살림살이가 필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밴쿠버 한인 커뮤니티인 밴조선에서 중고 매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 동네는 무빙 세일(Moving Sale)이나 개러지 세일(Garage Sale)같은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은식기와 크리스탈, 유리 잔들을 개당 1달러에 내놓은 글을 발견했다. 사진에는 그 많은 도구들을 하나하나 랩으로 다 감싸져있었다. '뭐지 이런 꿀 매물은...' 하며 연락했다. 왕복 2시간의 거리였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그때 시각 오후 1시 20분이었다.


"혹시 약속을 두시 쯤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안되시면 어쩔 수 없구요"

"지금 출발해도 2시까지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1시간 정도 걸려서요..."

"차 타면 15분 정도 밖에 안걸리지 않나요?"

"대중교통 타고 이동할 예정이라서요 ㅠㅠ"


 아주머니는 이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왔다갔다 하겠냐면서 당신께서 직접 차 타고 집에다 가져다 준다고 했다. 2시 30분 쯤 되니 집 앞에 빨간 차가 멈춰섰다.


"이실직고 할 게 있어요. 출발 직전에 다른 분이 오셔서 은식기랑 크리스탈 잔을 모두 사가셨어요. 그래도 여기 머그컵은 일단 많이 가져왔어요. 아이스박스랑 소쿠리도 드릴게요. 잘못한게 있으니까 이건 프리~"


우리는 벙이 쪘다.


"저도 20년 전에 이민올 때 정말 힘들었어서, 어떤 기분인지 알거든요. 자그마한 김치통 하나도 없어서 모두 하나하나 사아햐고... 그거 다 돈이잖아요. 저도 이거 돈 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어려우신 분들 드리고 싶어서 하는거라 괜찮아요."


 오늘 못가져온 것들은 다음에 또 와서 주겠다면서 떠나셨다. 우리는 일렬로 서서 꾸벅 인사를 했다. 나도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코스트코는 철로 때문에 한참을 돌아가야했다. 엄청 큰 스카이콩콩 하나 만들어서 넘어가고 싶을 지경. 신호등 컨셉으로 입은 겸 사진을 한번 찍어봤다. 선글라스는 룸메이트 누나 협찬.


 한국에서도 가지 않은 코스트코를 여기서 가게 됐다. 가서 이그제큐티브 카드와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룸메이트 형과 누나 카드 하나씩. 형이 웃으면서 사진을 찍으니 나랑 똑같았다. 들어가는 길에 회원카드 확인도 똑바로 안해서 내가 쓰는데에 문제는 없을 듯 하다. 


 사람 진~짜 많고 물건 진~짜 많다. 가격 싸다. 창고형 할인매장이라고 하지만 그냥 창고 그 자체다. 근데 아무래도 대량으로만 판매하니까 차가 없어서 힘들었다. 식칼도 없어 결국 가위만 샀다. 룸메이트 형의 식단 겸 우리들의 도시락 재료들을 잔뜩 사왔다.


 맥카페 인스턴트 커피도 있었는데... 맥카페가 그정도인가... 알바를 했었으니 괜히 반가워서 한번 찍어봤다. 오른쪽의 팀홀튼도 있다.


 집에 오는 길에 사진을 찍어봤다. 왜 찍는 사진마다 이렇게 예쁘지. 


 아하 예쁜 것들만 찍어서 그렇구나.


 팬이 없어 냄비에 고기를 구웠다. 형은 한국에서 자그마한 밥솥을 가져왔는데, 이 곳에서 똑바로 작동하지 않았다. 돼지코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전력을 사용하는 탓이다. 그래서 이번엔 짜파구리를 먹었다. 머그컵이 정말 많이 남아서 접시 대신 사용했다. 오른쪽에 보면 숟가락도 생겼다. 어제보다 환경이 100배 나아진 모습이다. 역시 있을 때 감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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