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2일 차
Lake City Wake 역에 밥솥을 사러 갔다. 안그래도 인디카 품종이라 먹는게 상당히 어색한데 전자렌지로 밥을 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역과 역 사이 거리가 멀다. 그래서 역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이 동네는 공장이 많은 시골 같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은 아니었다. 사람이 얼마나 다니지 않으면 이렇게 깨끗할까 싶은 도보를 걷다보니 주거단지가 나왔다. 판매하시는 분의 집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올리지 않겠다. 어쨌거나 그 집은 꽤나 으리으리했다. 집 앞에 서서 전화를 하니 어떤 아저씨가 나오셨다.
이 나라는 스몰토크가 흔하기에 거래할 때도 소소한 대화를 나눴는데, 이 아저씨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학생이야?"
"ㄴㄴ 우리 일하러 왔음"
"~~~같은 직업들이 정착하기 좋음. 우리 딸이 지금 영국에서 의대에 다니고 있는데... (한참동안 자식 자랑) 그나저나 너네 무슨 나라에서 왔음?"
"우리 한국에서 왔음"
"오~ 한국 좋음 ㅇㅇ. 중국 옆에 있잖음. 근데 미국이랑 요즘에... (한참동안 정치 이야기) 뭐... 아무쪼록 잘 쓰셈~"
"?"
직업 물어볼 때 혹시 무슨 도움이라도 주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사실상 그냥 자기 하고 싶은 얘기 하다가 끝났다. 어딜가나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식얘기, 정치얘기로 모든게 종결되나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Club 16 이라는 헬스장에 가보았다. 3일 무료 체험을 이용해서 달달하게 입성. 후후 과연 대륙의 헬스장은 어떨까요?
이건 한쪽만 찍은 것이고 반대쪽에도 운동기구들이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나 보던 우락부락한 형님들은 별로 없었다. 그냥 바디빌딩 하는 사람이 잘 없었다. PT는 보통 나이가 있거나 몸 상태가 안좋은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기능성 운동 위주로 진행하는 듯 했다. 사실 이게 맞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기간 동안 불어온 바디빌딩 열풍에 열정적으로 편승한거지. 아무튼 형 말로는 크기에 비해 랙과 머신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있을 건 다 있다고 했다. 이 정돈데 2주에 9.99달러(약 10,000원). 여기가 천국일까.
한국에서도 1~2번 밖에 안가본 헬스장을 여기서 가보다니. 처음부터 너무 눈이 높아지는게 아닐까?
형 신발과 옷을 빌려서 운동 했더니 얼떨 결에 완벽한 커플룩이 되어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었다. 3주 만에 등을 했더니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3년만에 한 데드도 정말 재밌었다. 기분 좋게 헬스장을 나와 집에서 쌀밥과 지방 하나 없는 소고기 덩어리를 먹었다. 누가 대신 좀 씹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서 밀린 생존기를 쓰다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