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서관 갔다가 보드카 마시기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4일 차

by 치원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2 001.jpeg

아침으로 어제 만들어둔 도시락을 먹었다. 아침 8시 쯤 일어나면 잠시 글을 쓰다가 형을 깨우는게 일상이다.


"형 일어나 지금 안 먹으면 근손실 난다구"

"(벌떡)"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2 002.jpeg

어제 사온 클램 차우더 캠벨 수프를 먹어보았다. 여기 와서 어패류와 크림 소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서 되게 기대했다가 한 입 먹고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지옥의 요리사가 만든 웨스턴 재첩국 같았다. 보통 캠벨 수프가 농축 제품이라고 해서 설명을 다시 읽어보아도 Pre-cooked 였다. 우유를 넣어서 끓이면 맛있다는 말에 비닐로 감싸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3 003.jpeg

오늘도 친구와 밴쿠버 공립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 자주 가게 되는 듯 하다. 끝나고 저녁 먹기도 편하고. 지금 보면서 궁금해졌는데 왼쪽 건물 위층에는 뭐가 있을까. 1층에 몇몇 상점들 밖에 보지 못했는데.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4 004.jpeg

아무튼 들어가서 앉은 자리가 마침 와이파이가 약한 곳이었다. 가슴 아프게 핫스팟을 키고 친구에게 불평을 했더니 자기 무제한 요금제라며 자기껄 쓰라고 했다. 덕분에 편하게 커버레터(Cover letter)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불편하게 테라스도 가보지 못했다.


이 날은 커버레터를 어떻게 써야할지 감을 대충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에 있었다. 나는 원래 이 곳에 올 때 로컬 서빙 정도 할 생각이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 인턴을 지원해보기로 했다. 내가 캐나다에 잠시 굴러 들러온 돌인 만큼 이력서를 이곳저곳 많이 뿌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인턴 CV란 핵심 단어 몇 개 바꾸면 다른데도 넣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기업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직무도 다르니 매번 거의 새로 써야하는 것이다. 꽤나 큰 벽이 느껴졌다.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6 005.jpeg

역시 도서관의 마무리는 술이 되는 걸까. 밖에서 술 마시기엔 돈이 아까워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주류점에 마음에 드는 소주가 없어 그냥 보드카를 사와서 마셨다.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7 006.jpeg
KakaoTalk_Photo_2022-10-07-22-09-18 007.jpeg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코스트코에서 덩어리 째 사온 돼지 목살을 잘랐다. 제대로 된 식칼이 없어 항상 과도로 자르는데 괜히 도축업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인디카 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때 괜히 궁금해져서 찾아보며 알게된 사실. '조리법이 다르다.' 그래서 밥 할 때 물을 두배로 넣고 소금을 조금 넣었더니 환상적인 밥이 되었다. 밥이 그렇게 날렸던 이유는 그냥 수분이 부족해서였던 걸까?


KakaoTalk_Photo_2022-10-07-22-25-47.jpeg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나는 손님에게 손님 마음이 불편할까봐 뭐라도 할 걸 주는 타입인데, 누나에게 손님은 무조건 편히 쉬게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온갖 정성을 담아 뚝딱뚝딱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었다. 세상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먹는데에 정신 팔려 김치볶음밥 사진을 못찍었다. 아쉬워라.


재밌게 술 먹을 방법이 없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가끔 하던 '텐텐(TenTen)'이라는 어플 게임을 했다. 보통 10초 짜리 게임을 랜덤으로 3개 해서 승패를 가른다. 친구도, 형도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라 이 악물고 했다가 나한테 다들 4연패씩은 하고 샷을 4잔 연거푸 마셨다. 그래서 하위랭킹전을 열어보았다. 결과는 사진 속 가위바위보 게임 점수 차로 대신 설명해야지.


영상 끝에 증기 기관 소리는 대체 누가 낸 걸까. 아무튼 정말 재미난 술자리였다. 과연 외국인을 초대해도 이렇게 잘 놀 수 있을까? 다음에 한번 초대해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가 오늘 잘 방을 고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