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4일 차
아침으로 어제 만들어둔 도시락을 먹었다. 아침 8시 쯤 일어나면 잠시 글을 쓰다가 형을 깨우는게 일상이다.
"형 일어나 지금 안 먹으면 근손실 난다구"
"(벌떡)"
어제 사온 클램 차우더 캠벨 수프를 먹어보았다. 여기 와서 어패류와 크림 소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서 되게 기대했다가 한 입 먹고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지옥의 요리사가 만든 웨스턴 재첩국 같았다. 보통 캠벨 수프가 농축 제품이라고 해서 설명을 다시 읽어보아도 Pre-cooked 였다. 우유를 넣어서 끓이면 맛있다는 말에 비닐로 감싸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오늘도 친구와 밴쿠버 공립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 자주 가게 되는 듯 하다. 끝나고 저녁 먹기도 편하고. 지금 보면서 궁금해졌는데 왼쪽 건물 위층에는 뭐가 있을까. 1층에 몇몇 상점들 밖에 보지 못했는데.
아무튼 들어가서 앉은 자리가 마침 와이파이가 약한 곳이었다. 가슴 아프게 핫스팟을 키고 친구에게 불평을 했더니 자기 무제한 요금제라며 자기껄 쓰라고 했다. 덕분에 편하게 커버레터(Cover letter)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불편하게 테라스도 가보지 못했다.
이 날은 커버레터를 어떻게 써야할지 감을 대충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에 있었다. 나는 원래 이 곳에 올 때 로컬 서빙 정도 할 생각이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 인턴을 지원해보기로 했다. 내가 캐나다에 잠시 굴러 들러온 돌인 만큼 이력서를 이곳저곳 많이 뿌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인턴 CV란 핵심 단어 몇 개 바꾸면 다른데도 넣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기업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직무도 다르니 매번 거의 새로 써야하는 것이다. 꽤나 큰 벽이 느껴졌다.
역시 도서관의 마무리는 술이 되는 걸까. 밖에서 술 마시기엔 돈이 아까워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주류점에 마음에 드는 소주가 없어 그냥 보드카를 사와서 마셨다.
김치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코스트코에서 덩어리 째 사온 돼지 목살을 잘랐다. 제대로 된 식칼이 없어 항상 과도로 자르는데 괜히 도축업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인디카 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때 괜히 궁금해져서 찾아보며 알게된 사실. '조리법이 다르다.' 그래서 밥 할 때 물을 두배로 넣고 소금을 조금 넣었더니 환상적인 밥이 되었다. 밥이 그렇게 날렸던 이유는 그냥 수분이 부족해서였던 걸까?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나는 손님에게 손님 마음이 불편할까봐 뭐라도 할 걸 주는 타입인데, 누나에게 손님은 무조건 편히 쉬게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온갖 정성을 담아 뚝딱뚝딱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었다. 세상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먹는데에 정신 팔려 김치볶음밥 사진을 못찍었다. 아쉬워라.
재밌게 술 먹을 방법이 없을까 싶어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가끔 하던 '텐텐(TenTen)'이라는 어플 게임을 했다. 보통 10초 짜리 게임을 랜덤으로 3개 해서 승패를 가른다. 친구도, 형도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라 이 악물고 했다가 나한테 다들 4연패씩은 하고 샷을 4잔 연거푸 마셨다. 그래서 하위랭킹전을 열어보았다. 결과는 사진 속 가위바위보 게임 점수 차로 대신 설명해야지.
영상 끝에 증기 기관 소리는 대체 누가 낸 걸까. 아무튼 정말 재미난 술자리였다. 과연 외국인을 초대해도 이렇게 잘 놀 수 있을까? 다음에 한번 초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