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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10. 2022

친구는 밴프에 간다고 했다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5일 차

 어제 도서관에서 친구에게 술 마시겠냐고 물어볼 때였다.


"내일 뭐해?"

"내일 출근 안 해"

"왜 안해? 오늘도 오프고 내일도 오프야? 주 3일?"

"아니 내일 스승의 날이거든."

"스승의 날이면 출근해서 카네이션 받아야지~"

"여기는 쉬더라구"


 그렇게 해서 친구가 우리 집에서 술을 먹게 된건데... 원래는 적당히 먹고 집에 가려고 했으나 역시 한국인들의 음주 문화에 '적당히'란 없었다. 친구는 우리집에서 잤다. 그리고 오전 7시쯤 일어나 우버 타러가는 길을 마중 나갔다.


"오늘 캐나다 온 지 1주년이라며. 뭐 할 예정이야?"

"일단 출근하고..."

"엥? 오늘 스승의 날이라 오프라며?"

"사실 스승의 날은 수요일이고, 놀고 싶은데 출근한다고 하면 신경쓸까봐 오프라고 했어."


 행아웃에 대해선 몇 수 앞을 앞서간, 맘씨 고운 친구였다.


 이 집에 이사 온 이후로 기침이 정말 많이 늘었다. 솔직히 말해서 숙소에 있는 동안 담배를 정말 많이 피긴 했다. 그때도 기침을 안했는데, 이사 온 이후로 정말 많이 늘었다. 새벽 내내 잠을 편히 못 잘 정도. 이게 다른 증상이 있는게 아니라 더 난감하다. 간질간질한 기침만 있다. 어제 술도 마셨고, 기침도 하니 뜨거운게 땡겨 친구를 보내놓고 너구리를 끓여 먹었다. 이 곳 라면들이 한국보다 짜서 물을 좀 많이 했다.


 이 날은 사스카툰(Saskatoon)에서 교환학생 중인 대학 동아리 친구가 밴쿠버에 오는 날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들리는' 날이었다. 밴프(Banff)행 기차를 타려고 온댔다.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길래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그런데 조금 지각을 했다. 기침 때문에 잠을 똑바로 못자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이다. 열차 내에서도 기침이 자꾸 나오려해 연신 텀블러를 들이켰다.


 사진은 마린 드라이브(Marine-Drive)역에서 브릿지포트(Bridgeport)역으로 넘어갈 때 찍었다. 합정에서 당산으로 넘어가는 풍경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밴쿠버 공항 역에서 시티센터(City Centre)역에 내렸다. 친구는 런던 드러그 (London Drug)에 들려 렌즈 세척액을 구매했다. 나중에 친구는 이 사진을 보고 '안찍어주니만 못한...' 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그랜빌(Granville) 역에서 엑스포 라인을 타고 메인스트릿-사이언스월드 (Main Street-Science World) 역에서 내렸다. 이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퍼시픽 센트럴(Pacific Central)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역은 나도 처음 들어보고 가봤는데, 기차역이라고 했다.


 사진은 사이언스 월드다. 옛날에 밴쿠버에서 엑스포 했을 때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과학관으로 바뀌었다고. 들려볼까 했는데 그러기엔 입장료가 비싸 포기했다.


 치안 좋기로 유명한 밴쿠버지만 이 곳에도 위험한 동네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차이나 타운이 있는 이스트-헤이스팅스(East Hastings Street). 나도 무서운 소문만 듣고 직접 가보진 않았으나 노숙자들의 집결지라고 한다. 밤이면 약에 절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퍼시픽 센트럴 역이 위치한 메인 스트릿은 이스트 헤이스팅스와 멀지 않아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알려져있다. 도착해보니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다. 가게들은 쇼윈도에 철창을 달아놨었다.


 그래도 낮이라 심각한 정도는 아니였다. 차 무서운 줄 모르고 평화롭게 횡단하는 캐나다 구스들이 귀여워 영상을 찍어봤다.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친구는 우육면 같은 것을 먹고, 나는 덮밥 종류를 먹었다. 맛있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조금 남겼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동아리를 함께 한 친구지만, 사실 군 입대 이후론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간간히 연락만 하는 정도. 근데 이렇게 이국 만리에서 만나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시간 만큼이나 대화 주제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어떤 밴드가 괜찮니, 수업 듣기 싫니' 그런 얘기들만 했는데, 이젠 학점이 어떻고 취업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을 한다. 이렇게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있음에 문득 감사하다.


 며칠 전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머그컵과 이런저런 물품들을 무료로 나눔해주셨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드릴게요" 라는 말을 남기셨는데... 오늘 또 오셔서 저만큼이나 주고 가셨다. 드디어 우리집에 칼과 접시가 생겼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별개로, 나는 친구를 만나고 3시 쯤 집에 와서 7시까지 곯아 떨어졌다.


 체육관이 오후 10시에 닫는 줄 알았는데, 금요일이라 9시까지 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8시 30분에 거기 가서야 알았다. 그래서 급하게 스쿼트 1RM만 재고 끝냈다. 105kg였다. 등록 상담 예약도 잡았다. 첫달 5만원, 이후 2주에 9.99달러다. 우리집 건너편의 MMA가 한 달 23만원인 것에 비해 굉장히 합리적이여서 결정했다. 그래도 체육관에 샌드백이 있어서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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