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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11. 2022

방 정하기 콘텐츠는 끝이 없다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27일 차 

 쌈장은 누나가 직장에서 받아온 것인데, 동료 분이 직접 만드신거랬다. 고기 한 점에 찍어서 먹으면 앉은 그 곳이 마장동이다. 기침 때문에 잠을 잘 못자서 이거 먹고 다시 잤다. 인맥 유지도 해야하고, 일도 구해야하는데 몸이 이러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7살과 8살 겨울에 각각 폐렴을 한번씩 걸렸다. 그때부터 나의 가족들은 내가 기침을 조금이라도 하면 걱정을 정말 많이 한다. 우연찮게 군대에서도 폐렴을 한번 걸리고 나니 폐렴 예방 접종을 맞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나는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고 캐나다에 왔다. 이렇게 아무런 증상 없이 기침만 하는게, 폐렴 초기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그냥 백신 맞고 올걸. 아직 헬스케어 적용이 안되는 기간인데... 보험으로 커버칠 수 있나. 혹시나 말이다.


 낮잠을 자는 동안에도 열심히 기침을 했다. 그러다 세시 쯤 형이 시원한 물을 한 컵 떠다 줬는데, 벌컥벌컥 마셨더니 갑자기 기침이 멈췄다. 기세를 몰아 운동을 다녀왔다. 가슴 하는 날. 몸이 그렇게 좋진 않아서 정말 하기 싫었는데 막상 가니 또 악바리를 발휘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복싱을 하는 사람이므로, 컨디셔닝을 해줘야한다. 줄사다리가 있으면 좋을텐데 없어서 스텝박스를 해주었다. 마무리는 당연히 복싱.


 누나는 딥코브라는 곳에 하이킹을 다녀와서 홀푸드 마켓에 가있었다. 형과 내가 마치고 합류해서 같이 장을 봤다. 이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소세지를 샀다. 종류별로 하나씩 '따로' 포장해주길래 너무 미안했다. 다행히 점원 분이 너무 밝고 착하셨다. 밴쿠버에선 이렇게 밝고 활기찬 점원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듯하다. 하우스 메이드 소세지는 1파운드(약 450g)에 8.99달러였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카레였다. 오뚜기 카레 같은 분말을 찾았는데, 역시나 홀푸드마켓은 유기농을 내세우면서 팔지 않았다. 큐브카레도 마찬가지. 대신 저런 '진짜' 유기농 같은 카레가루만이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사와서 끓여봤다. 돼지고기, 양파, 당근, 감자를 넣고 만들었는데... 향만 좋고 맛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소금과 굴소스를 갈겼다. 저 카레 가루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물에 잘 녹지 않는 재료인지 입에서 흙같이 겉도는 느낌도 있었다.


 어제 청소기와 함께 사온 토스트기는 자그마한 오븐과 같았다. 이곳에 소세지를 익히고, 방금 사온 채소도 꺼냈다. 여기 와서 얼마 만에 싱싱한 채소를 먹어보는지. 올리브유와 소금만 조금 뿌려서 먹었는데 그만큼 싱싱할 수 없었다. 당근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채소를 좋아하는 누나마저도 한 쪽에 다 빼놓은 모습을 보고 구제불능이라 단정지었다.


 이번 사진은 출연진의 요청으로 얼굴이 공개되었다. 대한민국 피지크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얼굴을 알려놔야한다나. 오늘 게임은 휴지 위에 물이 가득 찬 컵을 올려두고 최대한 많이 끌어오기였다. 의외로 모두가 성공을 해버려 재게임을 했다.


 이번 게임은 축구 경기 풀 영상을 튼 뒤, 순서인 사람이 특정 시각을 말하면 그 때 영상 속 사람 숫자가 점수가 되는 것이다. 많으면 많을 수록 순위가 높다. 역시 나는야 운의 사나이. 1등을 해서 마스터룸에 자게 되었다.


 얼른 기침을 낫고 컨디션을 회복해 일을 구했으면 좋겠다. 글로만 적고 보면 정말 해맑은 인생이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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