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31일 차
오늘은 누나의 오프-데이. 누나는 마라탕, 훠궈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다운타운 쪽에 괜찮은 핫팟(Hotpot) 식당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나는 잘 모르는 식당에 가면 제일 위에 있는 메뉴를 시킨다. 이 곳의 1번은 하우스-스페셜이라는 메뉴였다. 음식이 나올 때부터 무언가 꾸릿한 냄새가 났다. 먹다보니 깨달았다. 바로 취두부 냄새였다. 세상 신기하고 온갖 향으로 점철된 음식을 좋아해서 꽤 맛있게 먹었다. 백종원 아저씨가 다큐에서 먹은 것처럼 회색으로 다 썩어가는 비쥬얼이 아니였다. 먹다보니 향이 내 호흡기에 배었는지 점점 고소함만이 느껴졌다. 후식으로는 레몬맛 곤약젤리를 받았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은 마무리를 깔끔하게 남겨주면서 식당의 인상을 한 차원 좋게 만들어준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라서 머리 자르는 비용도 비싸다. 그래서 형과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셀프 헤어컷. 다운타운에서 4시 쯤 바리깡을 중고로 사기로 했다. 가는 길에 찍은 귀여운 그네. 굳이 네이밍을 하면 데일리 업사이클링.
이 곳에선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개들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아무리 작아도 목줄을 차고 있다'이고, 하나는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일타운(Yale Town) 쪽을 지나가는데 애완견 배변 냄새가 풀풀 풍겼다. 알고보니 주변에 목줄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오프리쉬(Off-Leash) 구역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개를 풀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개들끼리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구역 자체가 한국에선 볼 수 없기에 한번 찍어보았다.
할로윈이 2주 정도 남았다.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놀게 없어서 한 달 씩이나 할로윈을 준비한다고. 사실 이렇게 반사회적인(?) 태도를 고치면 '한 달 동안 그 날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로 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이런저런 치장을 한 곳이 많아진다. 그걸 찾아보는게 은근한 즐거움이다.
북미지역은 건강기능식품의 천국이다. 괜히 구매대행업자들이 건기식부터 도전해보는게 아니다. 어디서나 알러지-프리 음식이 있는 맥락과 비슷하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성분 규제 또한 약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멜라토닌을 여기선 쉽게 구할 수 있다. 당연히 규제가 약한 만큼 소비자가 현명하게 찾아 먹어야한다. 브렌트우드 몰 아래에 있는 바디 에너지 클럽 (Body Energy Club)에 갔다. 형은 프로틴 파우더를 골랐다. 영양제를 하나 사볼까하다 말았다.
바리깡 사고 돌아올 때 달러라마(한국의 천원샵)를 들렸었다. 치약과 위스키 먹을 잔을 사왔다. 노징 글라스가 없어 적당한 와인잔과 온더락 글라스를 사왔다. 달모어를 제대로 먹어볼 수 있게 되었다.
바리깡을 써볼 때가 됐다. 형이 먼저 시도했는데, 뒷머리 자르는게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나는 투블럭으로 옆머리만 밀었다. 바가지가 된 것 같다. 웃긴 건, 모두 이걸 처음 써봐서 6미리 탭을 끼우고는 바리깡을 눕혀서 밀었다. 눕혀서 밀면 탭이 무슨 소용인가. 하하.
오늘의 방 정하기 콘텐츠는 냄비 받침을 굴려서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게임이었다. 내가 굴린 받침은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는지 균형을 못잡고 벽에다 박았다. 간만에 거실에서 잤다. 자기 전에 형과 나르코스를 보면서 프로틴을 먹어봤다. 다시 한번 되새긴다. 초코맛 세번이면 사람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