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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Oct 17. 2022

안전 요원이 없으니 위험하면 알아서 수영하세요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32일 차

 오늘은 형, 누나와 딥코브(Deep Cove)를 갔다. 노스밴쿠버 동쪽에 있는 마을이며 가벼운 등산로로 유명하다. 입구 쪽의 '허니 도넛 & 구디스(Honey doughnuts & Goodies)'도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다. 서문시장 가면 씨앗호떡 하나 뜯어주는 느낌이려나. 나는 클래식 슈가 도넛과 커피를 주문했다. 도넛은 올라가서 먹으려고 가방에 넣어놨다. 커피는 그냥 커피였다.


'NO LIFEGUARD ON DUTY(공직 안전요원 없음)'

'SWIM AT YOUR OWN RISK(위험하면 알아서 헤엄쳐라)'


쿨내 풀풀 나는 표지판. 역시 알아서 조심해야지.


 운동은 오랜만에 하면 근육통이 오래간다. 오늘은 하체운동을 한 지 3일 째 되는 날이었다. 솔직히 이 산 입구까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걷다보니 좀 괜찮았고, 주변 풍경은 쥬라기 공원 모습을 냈다. 영상도 있는데 어제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때문인지 올라가지가 않는다. 흑흑.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 계단으로 깔려있는 건 아니다. 비포장과 포장의 반복. 그래도 정상 가까이는 포장 되어있는게 국룰. 힘들어갈 때쯤 누가 계단에 적어놓은 문구를 봤다. 사람들 참 재밌어.


 고도가 높지 않아 정상도 춥지 않았다. 바람은 시원하고 해는 따뜻했다. 

 윽 사진만 봐도 눈이 부시다. 역시 선글라스는 필수. 그렇다. 정상 풍경은 대충 이렇다. 물론 실제로 보면 더 좋다.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군. 도넛은 크리스피크림 도넛처럼 촉촉한 느낌은 아니였다. 조금 건조한 느낌. 그런데 뭐랄까. 자본주의에 때묻지 않은 맛이 났다.


 나는 산에서 눕는 걸 좋아한다. 내 또래 친구들로 구성된 산악회에서도 산만 타면 눕곤 했다. 태닝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눕고 싶었다. 까짓거 살 좀 타면 되지. 이번 10월 30일엔 주왕산을 간다는데 나도 가고싶다. 단풍이 그렇게 이쁘다던데. 근데 이제 그쪽 동네 산 가면 만족이 안될 것 같기도 하다.


 다리의 압박이 뒤늦게 시작되면서 겨우 내려왔다. 풍경이 예뻐 찍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벤치에서 경치를 구경했다. 여긴 패들보드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번은 손을 흔들었는데 뭔가 우리쪽으로 오는 것 같아서 도망쳤다.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내일 침대가 들어오면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 지 논의했다. 어떻게 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원래 침대가 두 개 들어올 집에 하나를 더 넣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1차 결론을 내렸다.


 내 친구가 오기로 해서 마중을 나갔다. 누나가 카레우동을 해준댔다. 우동면을 사러 갔는데 역시 없었고, 굵직한 파스타 면을 가져왔다. 주류점에서 실버데낄라와 레몬, 라임을 사왔다. 한국에서 주로 먹는 호세 쿠엘보는 사실 악명이 높다. 그래서 처음으로 평이 괜찮은 데낄라를 사와봤다. 실버이긴 하지만. 데낄라가 이렇게 맛있는 술이었다고? 레몬으로 입가심 할 필요도 없을 그런 맛이었다. 다른 데낄라와 달리 단 맛이 조금 있는 제품이라고 하니, 다음엔 없는 제품을 사거나 골드 제품을 사봐야겠다.


 술을 먹다가 브랜트우드 몰에 있는 게임룸에 갔다. 가는 길에 추억삼아 맥플러리를 사봤는데 하나님 맙소사... 성인병이 일찍 올 것 같은 당도였다.


 게임룸은 한국의 요즘 오락실 같은 느낌이다. 현금은 쓰지 않고 입구에서 손목 밴드를 받아 충전해서 들어간다. 직원분이 한국말을 하신게 기억이 남는다. 설문조사 이름 써달라고 하셨는데 까먹었어요. 죄송해요. 아무튼 바도 있고 클럽도 있다. 게임룸은 카지노 계열 게임이 많아 그렇게 막 재밌진 않았다. 사실 처음보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낀 것일수도 있다. 아, 나는 오락실에서 농구공 던지는 걸 무조건 하는데 여긴 한 골 당 1점이다;; 충격적이었다. 어쩐지 최고 점수가 207점이더라.


 게임 점수가 높을수록 Ticket 이라는 것을 많이 주는데 어디에 쓰는진 모르겠다. 벌금딱지는 아니겠지 (get a ticket : 벌금(딱지) 떼이다 라는 뜻임 ㅎㅎ) 후기를 말하자면, 역시 이런 종류의 오락실이란 술 먹다가 지나가는 길에 한번씩 들려야한다. 굳이 집에서 나와서 최소 금액인 10달러까지 충전해가며 갈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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