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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Nov 05. 2022

유통기한이 정해져버린 관계

이방인

캐나다 밴쿠버 워킹홀리데이 53일 차


 지난 시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한다. 꾸준히 글을 기록하던 시기와 다르게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1. 이방인


 아마 내 머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지난 몇 년 간의 고질적인 문제.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는 각자에게서 다양한 것들을 잃게 만들었지만, 나는 그다지 잃어버린 것이 없다. 나는 오히려 새로운 것을 얻었다. 바로 '이방인'이라는 타이틀. 전역을 반 년 정도 앞두고 시작된 코로나는 나의 복학생 생활을 대구에서 하게 만들었다. 이번 학기만 지나면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는 희망은 나를 6개월 뒤면 떠날 사람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서 한동안 떠나버린 고향에는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 없었다.


"대면 수업은 언제부터 하세요?"


 유통기한이 정해져버린 관계. 뭐 그렇게 사람을 어렵게 만나냐고 하겠지만, 20대의 호르몬 분비는 왕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아져가는 기준은 나로 하여금 아무 것도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전 글처럼 지구 반대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의 상호작용을 전파로 하는 연애는 그리 달갑지 않다.


 다음 학기는 조금 나아졌냐고? 전혀.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파도는 '중간고사 끝나면 떠날 사람', '기말고사 끝나면 떠날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후엔 '외국으로 떠날 사람'까지. 여기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벽을 느끼는 날이면 스며오는 무력감이 수영장에 멍하니 떠있는 사람처럼 만든다. 발화자의 의도가 어떻게 됐든, 상처가 되어버린 친구의 말도 함께.


"워홀이기도 하니까... 내 인생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닐거라는 생각에 그냥 내 인생사나 우울감 다 털어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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