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떡해
2022.11.15 - 2022.11.16
친구와 저녁으로 Lougheed 역 근처의 북창동 순두부 (House of Tofu Soup)에 갔다. 밥을 솥에 주는게 특징. 뚜껑을 주지 않아 숭늉은 대강 만들어 먹었다. 내가 상상한 해물 순두부는 시원칼칼한 느낌이었는데, 저 찌개는 녹진함 그 자체였다. 밴쿠버의 한식은 보통 진한 듯하다. 저번에 먹었던 국밥도 그렇고.
추운 날씨를 뚫고 코퀴틀람에 있는 Zone Bowling 에 갔다. 친구는 여기서 오래 살기도 했고, 차도 있어서 가끔 이렇게 재밌는 곳에 데려다준다. Pool(포켓볼)과 볼링을 할 수 있는 곳. 복도 오른쪽 벽은 식당들과 연결되어 있어 주말 같은 날이면 밥, 술, 게임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을 듯 했다.
포켓볼은 관리가 똑바로 되지 않았지만 한 게임에 2천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했다. 센터가 큰 만큼 관리가 힘들어서인지 한국과 시스템이 살짝 달랐다.
A. 카운터에서 신분증을 주고 공과 큣대를 받는다
B. 게임을 한다
C. 구멍으로 들어간 공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2 Loonies (1달러 동전 두 개)를 테이블에 집어 넣으면 나온다
D. 원하는 만큼 하고, 큣대와 공을 카운터에 반납하고 신분증 받으면 끝
친구는 BABO, 나는 CHUNJAE 라는 닉네임으로 등록했지만 오타가 생겨버렸다. 어쨋거나, 나는 볼링을 살면서 3~4번 정도 밖에 쳐본 적이 없다. 칠 때마다 심심하면 거터를 내서 잘 하지 않는다. 친구가 강렬히 원해서 했다가 이게 뭐람. 첫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내버렸다. 친구가 속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내가 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초심자의 행운은 다음 순서 더블 스코어 두개를 모두 거터로 내버림으로써 증명되었다.
볼링은 신발 두켤레 렌트 포함 두 게임에 16불 정도 했다. 평일 저녁이라 저렴한 가격이고, 붐비는 시간일 수록 비싸다.
"(쿵) 미안 턱을 박았네."
"아냐. 데려다 줘서 고마워! 잘 가~~!"
"응 안녕~!"
시원한 엔진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덜컹덜컹... 무슨 소리지 싶어 힘겹게 달려가는 차를 보니 타이어가 찌그러져있었다. 차의 움직임에서 친구의 물음표가 보이는 듯 했다. 이윽고 친구가 내렸다. 타이어를 보더니 이마를 탁 쳤다. 곧장 트렁크에 가더니 스페어 타이어를 찾았다. 그런데 차를 들어올릴 리프팅 잭이 없었다.
"이럴 땐 아빠한테 전화를 해야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버님을 평소보다 매우 일찍 주무신 듯 했다. 한국이었으면 보험사 전화 한 통으로 모든게 해결될 일이었지만, 여긴 아니다. 개인적으로 견인(Towing)을 부른 뒤 청구를 해야했다. 이것도 보험조항에 따라 달라진다. ICBC의 경우 Roadside Plus 라고 불렸다. 견인차가 와서 차량을 들어올린 뒤 스페어 타이어를 갈아주면 108불이 들었다. 대기 시간은 2시간 정도. 답이 없어진 친구는 아빠 전화를 기다려보자며 일단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님은 이 날 따라 질 좋은 수면에 드셨는지 전화가 없으셨다. 친구는 우리 집에서 잤다.
다음 날 아침, 아버님은 전화 오셔서 그냥 토잉을 부르라고 하셨다. 순식간에 온 토잉. 10분 정도만에 작업은 끝났다. 가격은 여전히 108불이었다. 리프팅 잭만 있으면 시도해볼만할 정도로 쉬웠다. 사실 일반인이 못할 작업이면 트렁크에 넣어다닐 이유가 없지. 그런데 스페어 타이어엔 공기가 부족했다. 저 친구는 자기차 스페어 타이어로 8개월 버텼다면서 공기는 주유소에서 채우면 된다고 했다.
나는 타이어 공기 밸브가 저렇게 대놓고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펌프 버튼 누르고 밸브에 총을 갖다 꽂으면 끝난다. 적정 공기압은 타이어에 적혀있다.
언젠가 해볼 경험이었지만, 이렇게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친구 덕분에 재밌는 경험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