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하책방

우울증 응급조치

엘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과학"

by 소하연

나는 감성 넘치는 에세이보다 건조한 통계나 과학책으로부터 더 위로를 받을 때가 많은데 『우울할 땐 뇌과학』은 가장 적절한 예 중 하나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흥미로운 점은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뇌의 부위와 해당되는 신경전달물질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감정을 캐릭터화한 것처럼 여기 등장하는 엔돌핀, 세로토닌, 도파민들도 캐릭터화해서 꽤나 재미있는 시트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전전두피질, 변연계, 선조체 등등 명칭은 기억하기 까다로운 면이 없지 않지만 뇌과학과 신경화학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전무하다시피 한 나조차도 쉽게 이해한 걸 보면 저자와 번역가의 역량이 상당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구성 역시 심플하다. 우울증이란 뇌가 하강나선에 갇혔을 때 나타나는 전전두피질-변연계간의 의사소통 장애라고 정의한다. 이 사실을 책의 중간중간 지속적으로 설명한 뒤에 어떻게 하면 뇌를 다시 상승나선에 올려놓을 수 있는지, 그럼으로써 어떻게 우울증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 여러 가지 해법이 있지만 단 한 가지만이라도 실천 가능하다면 긍정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그 효과는 꽤나 즉각적이면서 시도할 때의 리스크는 아주 적은 편이다.


우울증은 사회적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것도 내버려두면 버티기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다. 심정지 상태가 된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건 원인진단과 대대적인 수술이 아니라 재빠른 응급조치니까. 너무 답답해질 때, 내 감정에 응급조치를 취해야겠다는 판단이 들 때 한 번씩 들춰보기 좋은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누군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