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문학과지성사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셜록을 비롯한 탐정 캐릭터들이 포의 소설 캐릭터 뒤팽으로부터 영향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 첫 편 '주홍색 연구'에서 뒤팽을 언급하기도 한다.)
도둑맞은 편지에는 서술자인 나와 뒤팽, 그리고 어리숙한 경감 G가 등장한다. G는 아주 단순해보이면서도 기묘한 사건을 들고 뒤팽을 찾아온다. 장관 D가 귀부인의 편지를 훔쳤고, 그 편지에는 귀부인에게 있어 치명적인 정보가 들어있어 D가 귀부인을 협박하고 있다, G는 D를 몸수색하기도 하고, 몰래 D의 저택을 이잡듯이 뒤졌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뒤팽에게 말한다.
뒤팽이 G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어쩌면 그 문제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당신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경감 G는 뒤팽을 비웃고 다시 D장관의 집을 수색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 한달 여쯤 지나 경감 G는 다시 뒤팽을 방문하고, 뒤팽은 언제 찾아왔는지 모를 귀부인의 편지를 경감 G에게 건네준다. 나는 너무 놀라 대체 어떻게 편지를 찾아온 건지 뒤팽에게 묻는다.
이 글에 스포일러는 없다. 뒤팽이 어디서 도둑맞은 편지를 찾아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추리소설인 만큼 직접 책을 보면서 그 긴장과 추리를 따라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이 단편소설에서 가장 주목해볼만한 대목은 뒤팽이 어떻게 편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는지 그 생각의 '전제'를 나에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뒤팽은 '홀짝게임'에서 항상 승리하는 꼬마를 예시로 든다. 이 꼬마가 항상 이길 수 있는 비결은 한 원칙에 있다. '자신의 놀이 상대가 얼마나 영리한가를 관찰하고 재어 보는 것.'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복잡한 문제는 복잡하게, 단순한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한다. 뒤팽이 문제를 해결해낸 방식이었다.
단순함이 가지고 있는 비밀은,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포가 덧붙이는 또 한가지의 비밀은, 눈에 띄지 않는 단순함이 '도둑맞은 편지'처럼 아주 중요하고 치명적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뒤팽의 목소리를 빌려, 관습과 관성이 진리를 왜곡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단순하고 자명한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1+1=2'가 윤리학, 혹은 화학의 영역에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관습을 깨는 일이 될 수 있다.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것들의 이름을 집요하게 부르는 것 만으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어떤 중요한, 본질에 가까운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도둑맞았다면 단순하게 바라보자. 생각보다 진리는 멀지 않은 데 있을지도 모른다.
#문지스펙트럼
#문지스펙트럼서포터즈
#에드거앨런포
#도둑맞은편지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