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511
"많이는 걷지 말자..."
진과 점심을 먹고 공원 쪽으로 짧은 산책을 했다. 새삼스럽게도 고양이들에 둘러싸여 잠을 설친 두 사람은 햇살은 받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없었다. 결국 공원 입구까지만 찍고 다시 길을 돌렸다. 터덜터덜 발을 밀어 올라가던 중 진이 갑자기 멈춰 섰다.
"구름이다!"
구름이가 예전부터 밥을 먹던 식당 앞에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구름이를 만난 진은 한 걸음에 5미터 정도를 날아 구름이를 만나러 갔다.
구름이는 우리 동네 마당발이었다. 꽤 넓게 분포된 동네 밥자리들을 빠지는 데 없이 다 밟고 다녔다. 어쩌면 대장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름이는 다른 고양이를 위협하는 일 없이 슬쩍 다가가기만 하는데도 다른 고양이들이 모두 놀라 도망가곤 했다. 악의가 없던 구름이가 괜히 민망해 보여 우리가 대신 멋쩍은 날이 많았다.
그러던 구름이가 거의 한 달 이상 보이지 않아 어쩐 일인지 궁금했었다. 우리가 구름이 밥자리 주변으로 와보지 않기도 했지만 우리 밥자리 쪽으로도 매번 구경 나오던 구름이었으니까. 나이도 많고 최근에 살이 빠진 모습도 봤었기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랬더니만 원래 밥 먹던 곳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식당 사장님께서 꾸준히 챙겨주고 계셨다고 한다. 이분들이 부르는 구름이의 원래 이름도 알게 되었다. 바로 '토끼'. 산신령처럼 바람처럼 둥둥 떠다니던 모습에 구름이라는 이름도 어울지만,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토끼라는 이름도 정말 반가웠다.
사장님께 들으니 최근에 구내염에 신부전까지 앓아 병원도 자주 다니고 약도 먹고 있다고 했다. 한눈에 살이 더 빠져 보였던 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세월 따라 기력을 잃어가는 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순리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덜 슬프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로 그런 거니까. 토끼가 그 세월만큼의 사랑과 사료를 먹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맛있는 간식 한 아름 토끼에게 건네고, 우리도 오늘의 비타민을 선물 받은 산책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