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관찰일기_220417
진이 꾸준히 공간을 알아보고 있다. 길고양이 쉼터가 될지, 조그만 작업실이 될지, 카페가 될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될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우리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시간이 갈수록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요즘도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쁘다. 길에서 관리하는 급식소 외에 임보처와 이사 갈 집, 삼색마을, 그리고 진과 나 각각의 집에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세상 모든 고양이를 챙기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인연이 닿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인데, 어쨌거나 이 일에도 정돈이 필요하다.
눈앞에 가여운 고양이들 밥 한 끼 주는 일도 귀한 손길이다. 그래도 이 일이 좀 더 지속 가능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걸 바라는 게 과한 욕심일까. 사람과 고양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미래를 상의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같이 만들고 싶다는 게.
오늘 동네 아파트 단지 밥자리에서 밥그릇이 사라졌다. 우리가 1년 넘게 단지 안의 고양이 대부분을 중성화하며 개체를 파악했고, 그러다 단 한 명의 주민이 민원을 넣었고, 관리실은 전혀 소통해주지 않았고, 쥐약이 놓였고, 철거공고문이 붙었고, 초등학생 친구들이 밥자리 보존을 당부하며 편지를 놓았고, 급식소가 통째로 사라졌고, 그 뒤로 우리가 밥그릇만 놓고 급여 중인 그곳이다.
며칠 전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이 밥자리의 사진과 함께 어떤 글이 올라왔다. 앞뒤 사정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고양이 때문에 잠 못 자는 사람과 생각 없이 밥 주는 초등학생 간의 대립인 것처럼 지어내서 적어 올렸다. 그 게시글에는 사진 외에 어느 하나 사실인 것이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캣맘, 캣대디, 캣초딩'을 비난하며 동조 댓글을 달았다. 그중 아무도 이 단지와 밥자리의 사정은커녕, 길고양이의 생리나, TNR 사업, 동물권의 개념과 담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들 모두를 전혀 모르고, 알 생각도 없어야만 할 수 있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어두웠다.
그런데도,
꽃이 피었다. 진이 이사 갈 집의 주방 창 너머로 새하얗게 피었다. 창가에는 아직 흙을 담지 않은 화분이 준비되어 있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고. 그러니 우리에게는 품을 곳이 필요하다. 한 줌 흙을 담고 한 송이 꽃이라도 심어서 아직은 세상이 망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화분같은 공간이.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