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일

캣맘 관찰일기_220507

by 정재광

길고양이들은 생일을 알기가 힘들다. 몸무게나 치아상태로 개월 수라도 추정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성묘인 아이들은 나이마저도 알기 힘들다. 아니 그 이전에 이름부터 가질 수 있어야겠지. 대부분은 자기도 모르게 왔다가, 아무도 모르게 간다. 이름과 태어난 날을 갖고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건 그렇게 귀한 일이다.


오늘은 진의 생일이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는 이제 겨우 밥자리 한 두 군데를 관리하기 시작하고, 거기서 돌보던 아이 중 하나인 초희를 막 입양한, 초보 캣맘 커플이었다. 그리고 폭풍 같은 일 년이 지나갔다. 그 사이 진이 중성화해준 고양이는 이백여 마리가 넘고, 입양하거나 보낸 아이들도 스물을 훌쩍 넘는다. 셀 수 없이 많은 묘연과 인연이 있었다. 오늘을 캣맘으로서 살고 맞은 첫 생일이라 해도 좋겠다.


오늘도 길의 어딘가에서 태어난 고양이가 있을 것이다. 엄혹한 세상에서 태어난 이름 모를 그 고양이의 탄생을 아프게 축복하며, 앞으로 여러 번의 생일을 진과 함께 축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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