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money drives out good.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냥 입력된 경구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었던 것 같다. 원문(Bad money drives out good.)은 쉬운 단어만 사용하여 쉽게 그 뜻이 전달되는데, 누가 번역했는지 악화, 양화, 구축한다 등의 단어를 써서 낯설었지만 뭔가 유식하게 느껴져서 더 선명하게 각인된듯 하다.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때 런던의 증권거래소를 설립한 재무장관 토마스 그레셤(Sir Thomas Gresham)이 여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금의 함량이 부족하여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들이 통용되면서 오히려 제대로 된 함량의 정상적인 화폐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는" 현실을 보고한 이래 지금까지 그레셤의 법칙은 경제뿐 아니라 삶의 많은 영역을 이해하는데 설득력 있는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있어서도 그레셤의 법칙은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최근에 나의 서비스를 받은 25명의 고객들 중 24명이 후기까지 올려주었을 정도로 대만족하였으나 1명의 불만족한 고객이 작정하고 클레임을 제기하는 일이 있었다. 악성고객(black consumer) 1명이 내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만족한 24명의 고객들보다 더 크게 들리며 결국엔 내가 손실까지 입게되는 억울한 일을 당해야 했다.
시장에서 악화(惡貨)를 추방하여 양화(良貨)만 통용되게 만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소수의 악화에 다수의 양화가 피해를 입는 역전이 자주 일어난다. 다수의 피해자들보다 소수의 가해자들이 더 득세하는 세상, 좋은 고객 100명보다 더 영향력이 센 악성고객 1명의 부정적인 목소리, 건강한 몸 전체를 쓰러뜨리는 작은 암세포들... 그게 내가 살아야 할 현실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그냥 살아야 할 것인가? 아니다. 악화 1개를 솎아내고, 악성고객 1명을 더 신경쓰며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가짜뉴스들 걸러내고 바른 관점과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기 독서하고 생각하며 영민하게 살아야 한다. 비둘기처럼 순결하되 뱀처럼 교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