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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과의 싸움

War against the wrongful power

무엇이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외워지지가 않는 나는 암기과목에 취약했다. 그냥 외우라면 외우면 되는거였는데 왜?를 물을 수도 없이 맹목적인 암기해야 하는 과목은 참 힘들었다. 당연히 학교성적은 신통치 않았고 암기과목 이외의 과목에서 적당히 바쳐줘서 그럭저럭 중간은 유지하며 졸업은 한것 같다. 감정을 이입하면 안되는 예문조차 희노애락을 느끼며 연상작용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의 나래를 펴니 혹 시나 소설쪽이면 모를까 절대로 이공계쪽으로 나갈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학부시절에도 재미 없어서 싫어하던 과목은 주로 헌법, 국제법처럼 외워야할 조문과 조약들이 많은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헌법은 개정사를 읽다가 성질이 나서 집어 던진 적이 있을 정도로 싫어했다. 무슨 놈의 헌법이 그 짧은 역사 속에 그렇게도 많이 뜯어고쳤는지 너덜너덜하게 헌 법이 이 나라의 기초라는 사실이 짜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전문과 제1조 1항, 2항은 그냥 주문처럼 나올 정도로 외워져있다. 그 위에 세워져 있는 나라의 초석부터 무시되고 무너져있는 현실을 살다보니 그게 다 소환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rticle 1

(1) The Republic of Korea shall be a democratic republic.

(2) The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shall reside in the people, and all state authority shall emanate from the people.


이 지극히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헌법의 생기초부터 무시되고 짓밟히는 나라가 내 나라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난 지난 2년반 동안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거의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온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는 나라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선포한 그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지금 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없고 그 주권을 위임받은 어떤 미친 놈이 왕 행세를 하면서 철저하게 망가져가고 있다. 그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하고 제대로 행사해야할 임계점이 가득 찼다.


학부시절 정치사상사 시간에 홉스를 읽었다. 권력을 성경에서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또는 리워야단)으로 묘사했던 표지 그림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자기의 것인줄 착각하고 오남용하는 권력자는 국민이 파면시켜야 한다. 국민은 잘못된 권력자를 파면시킬 뿐만 아니라 그가 휘둘러온 칼을 빼앗아 그의 잘못을 단죄하는데 써야 한다. 지금이 일제강점기의 조선총독부 치하도 아니고 어디 감히 검사 나부랭이들이 일제의 순사들처럼 칼을 휘두르며 주권자인 국민을 위협하도록 놔둬야겠는가!


주권재민 또는 국민주권(Popular sovereignty)을 좀 더 명확하게 선포한 미국의 권리장전을 인용해본다.

All political power is vested in the people and is derived from the people.

All government of right originates with the people, is founded upon their will only, and is instituted solely for the good of the whole.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에게 주어져있고,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통치권은 국민에게서 비롯되며, 국민의 뜻에 기초하며,

국민 모두의 유익을 위해서만 행사되야 한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악이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죄없다 하지 않으실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이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행동하는 것이다.


미친 권력자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나섰던 본회퍼 목사님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말씀과 정신은 지금도 살아서 우리에게 행동을 촉구한다. 미친 운전자가 차를 몰며 사람들을 치어 죽이고 다치게 한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묻어주고, 치료해주고 위로하는 것이어야겠는가? 그 미친 운전자를 끌어내려 다시는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할 것 아니겠는가? 미친 사기꾼이 나라를 팔아먹는 꼴을 언제까지 인내하며 지켜볼 것인가? 그를 당장 끌어내려야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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